하늘을 마주하고 잉카 문명 위에 서다
김지희 지음 / 즐거운상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책 선택을 잘했다는 판단이 들은 것은 작가의 글의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했을 때였다.
 

"세계 문명 지역을 답사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것은 그동안 우리가 지나치게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근대 이전까지 동양의 문화가 세계 문화를 주도해 왔으나 근대 이후 서양 제국주의에 의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이 식민 지배를 받게 되면서 역사는 철저하게 서양인의 잣대로 쓰여졌다. 결국 우리는 지금도 서구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뉴스를 들으며 그들의 시선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하면서도 얼마나 서구적 물질주의에 의한 잣대로만 상대방을 평가해왔는가. 진정한 역사의 평가와 문명의 평가는 그들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만 했다. 나와 다른 이와의 오해와 편견, 선입견 내지는 고정관념이 없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 출발은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4대 문명을 모두 돌아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유적 그 자체는 훌륭하나 그저 유적으로만 남아있을 뿐 ‘사람은 없다’ 고 설명한다. 죽은 듯 적막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야, 아스텍, 잉카 문명 유적에서는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책은 남미의 대제국으로 건설되었던 고대 잉카제국 문명의 흔적을 나라 별 지역 별로 찾아서 글과 사진으로 적절히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기행문과 같이 편하게 쓰인 저자의 문체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카 문명에 대한 전반적인 개론서 수준을 원했지만 단지 여행기에 불과했다는 점에 대해서 아쉬운 면이 없진 않다. 유물보다는 저자가 찾아본 유적지에 대한 사진이 많았다는 점에서는 그곳에 갈 수 없는 이를 위한 간접체험 용으로는 적합했다는 평가 또한 하고 싶다. 

 

책을 기행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책의 느낌이 문명을 찾아 나선 역사책인지 여행책인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했다. 잉카 문명의 유적과 유물 대부분이 남아있다는 페루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페루에 남아있는 잉카의 수도 쿠스코를 통해 잉카 문명 이전의 문명과 잉카 문명이 멸망할 때까지의 과정, 잉카 문명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잉카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들의 소개와 설명이 이어진다.  

루 이후서부터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후부터는 잉카 문명의 이야기는 약해지고 19세기 남미 지역 독립운동과 혁명가들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돌아본 지역에 대한 관광 소개 등이 나와 있어 제목과 조금 걸맞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한 군데군데 나오는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는 기행문으로서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굳이 서술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 또한 가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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