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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을 때 - 감성 포토에세이
신미식 글 사진 / 푸른솔 / 2009년 12월
평점 :
사진가 신미식 씨의 포토 에세이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뉴칼레도니아와 한국 그리고 그 외에 각종 여행지들(미국의 뉴욕 타임 스케어, 노르웨이의 베르겐, 벨기에, 캐나다의 벤쿠버 섬, 에디오피아의 다나킬) 을 여행하며 찍었던 풍경, 동물, 식물, 사람의 표정, 행동 등 특정 순간 속에서 자신이 가슴으로 느꼈던 울림 내지는 감동을 짤막한 글로 소개하는 책이다. 박광수 씨의 ‘광수생각’ 과 비슷하나 특정 목적과 전체적인 컨셉 속에서 구성을 보이는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사진기로 담았던 곳곳의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단지 지역별로 나눠 자유롭게 나열해놓은 듯한 느낌이 크다. 저자의 책을 추천해주는 글에서도 나와 있듯이 작가의 작업은 사진 비평의 영역이 아닌, 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진 실력을 보여주려는 사람도 아닌, 그가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그의 작업 태도는 그저 ‘가벼운 마음’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사진가도 작가도 그렇다고 기자도 아닌 다른 방법 혹은 스토리 텔링의 기술 상으로 볼 때 아마추어적인 홀가분한 태도를 취한다고 추후 설명하면서 사람의 감수성에서도 바로 ‘초저녁’의 감수성. 소년, 소녀적 감수성을 일관되게 건드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 책을 쓴 작가의 스토리 텔링과 사진 기술에 대해 추천의 글은 다음과 같이 한마디로 축약하기도 한다. ‘그의 카메라는 날카로운 편이 아니라 부드러운 면봉의 텃치로 세상을 묘사합니다’ 라고.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포토 에세이임에도 ‘읽어볼’ 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은 사진 속에서 저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 사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이 느끼지 않니 라고 내게 긍정의 반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보는 포토 에세이가 아닌 읽는 포토 에세이이다.
특정 개념에 대해 누구나 각자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산다. 여행도 그렇다. 적어도 우연찮게 집어든 이 책에서 나는 저자의 여행관에 대해 가슴깊이 공감했다. 저자는 책 어느 부분에선가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떠남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의 시작’ 이라고.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가 시장 바닥에서 과일을 살 때도,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이의 눈망울 속에서, 지나가며 우연찮게 보았던 사람들의 일상 모습에서 그렇게 자기 자신과 그리고 그들과 마음으로 또 다른 만남을 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