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의 첫 책이다. 20여년 간, IBM의 기업 경영혁신 분야에서 종사해 온 구본형 선생님은 IMF를 앞두고 1998년, 한국인들의 사고를 완전히 뒤집는 책을 한 권 출간한다. 흔히 자기 계발서는 ‘성공’ 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몇 가지 법칙이 있는 양 설명한다. 이것은 미국식 자기 계발서이다. 사회 구조적인 모순보다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된다는 식의 사고. 구본형 선생님도 그런 한계는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요, 이 책은 사회보다는 개인의 발전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내가 그에게 십분 동의하는 이유는 그가 ‘성공’ 보다는 ‘행복’ 이라는 관점에서 책을 썼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선동적이다. 사람을 울리는 표현을 ‘마구’ 쓴다. 마음을 울린다는 것은 크다.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 것은 쉬워도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어렵다는 속담처럼, 마음을 움직여야 사람은 비로소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하게 된다. 그는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의 물에 파동을 일으켰다.
 

내 인생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 책 제목은 참으로 기똥차게 지었다고 생각한다. 책 시작 말머리에서 영국 근해 북해 유전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를 언급한다. 당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한 가운데 앤디 모칸은 몇 안되는 생존자 중 하나였다. 그는 불타는 갑판에서 몇 십미터나 떨어진 깊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살 수 있었다. 무엇이 앤디 모칸을 검푸른 바다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살고 싶다는 생존이었다. 무엇보다도 본능과 자기 자신의 능동적 욕망에의 충실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에 익숙해져 있고 안주하며 어느 비판 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나의 의식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나의 발상 자체를 전환시켜버려 나를 다시 처음부터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책들. 

 

저자 구본형 선생님은 ‘바꾼다는 것은 곧 발견’ 이라는 언급을 통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느끼면 알게 되고 그 때 세상은 다르게 다가온다고 한다. 내게는 인식을 바꾼다는 뜻으로 마음 속에서 재해석되었다.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때때로 부모의 모습으로, 선생의 얼굴로, 직장 상사의 이름으로, 그리고 친구의 한숨 섞인 충고로 우리를 설득시켜 왔다.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한 처신이었는지도 모른다." -p.12
 

는 구본형 선생님의 표현. 이를 계기로 나는 생각을 통째로 바꾸었다. ‘그런 대로 무난한 처신’은 이전까지 겉으로 보이지 못한 바로 ‘나의 처신이었고, 나의 용기없음’ 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산업사회의 결과물인 직업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익숙함에 대해서도 구본형 선생님은 분명히 언급하고 있었다.

"고용자에게 매달리지 말라. 그의 선처와 관용을 바라지 말라. 당신의 밥그릇을 그에게 맡기지 말라. 가장 확실한 밥그릇의 확보는 당신이 항상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p.142
 

우리는 주변에서 피고용인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에게 선택 전권을 주어버리는 것으로 한달에 한번씩 그 보상을 받아왔다. 어느새 우리는 능동적인 우리에서 수동적인 우리로 변해갔고 느끼지 못했다. 그 우리 속에는 분명 나도 있었다. 

 

마음의 죄책감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구본형 선생님은 변화는 곧 두려움이지만 두려움을 동지로 삼으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감으로서 ‘삶에는 흥분이 있어야 한다’고, 또한 ‘삶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욕망.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를 꼽으라면 바로 욕망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희망, 꿈 이런 것보다도 이 단어가 가장 솔직하고 야생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삶과 욕망 사이의 관계, 욕망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본형 선생님의 표현 몇 가지를 직접 인용해보려 한다.
 

"욕망은 깊고 깊은 곳에 있다. 스스로도 움겨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숨어있다. 그것은 단순한 소망이나 충동이 아니다."
-p.11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것에 오랜 시간을 쓴다.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굽힐 줄도 안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그 일에 말할 수 없는 정열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p.12
 

"욕망이 반사회적일 때 인간은 불행해진다. ‘욕망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개인이 가져야 할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주장한 홉스로부터 시작된 지배자들의 논리이다."
-p.259


 

구본형 선생님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욕망에 충실할 때 사람은 자신 모두를 다 쓰고 갈 수 있다고 언급한다. 또한 미래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며 미래를 기억해 내는 능력을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데 사용되는 능력은 기억력이다. 그러나 미래를 기억해내는 데 사용되는 능력은 상상력이다."
-p.296

 

나는 이 책을 적절한 시점에 아주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한창 두려움과 홀가분함 사이에서 요동치며 앞이 안보이고 다시 사회와 타협해야 할까 라는 나약함의 반대편에서 나를 이끌어주고 너만의 삶을 살아보라고 위안과 힘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구본형 선생님이 언급한 한 구절을 통해 나의 다짐을 남기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삶에는 언제나 약간의 흥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일도 너무 늙은 일도 없다. 마음에 드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임을 믿어야 한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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