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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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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6.25 전쟁. 외세의 이데올로기 싸움 속에 휘말려 어설프게 모더니즘을 따라하던 당시 해방된 조선 민중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 현대사 산책 - 1950년대』편을 통해 6.25 전쟁이 실제로 우리 민중의 삶에 어떻게 다가왔는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있었지요.
 

가장 무서웠던 것은 같은 마을에서 서로 이웃끼리 믿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앞집, 윗집, 아랫집을 서로 모르고 지낸다는 차원을 넘어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다름이 아닌 '틀림'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 당시 사회를 살았던 이 분들을 숨막히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통해 그 현실 속으로 들어가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각각의 인간의 눈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었구요.
 

황석영씨의 마지막 남기는 글에도 나와 있듯, 조선 왕정 시대의 계급사회, 일제의 강압 속에서 억눌려 살고 있던 조선 민중. 특히 이북지역에서의 기독교라는 종교와 공산주의,사회주의는 곧 당신들에게 '개화'와 '혁명'을 말하는 것이었지요.
 

부모님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학생이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런 모습 속에서 당시 당신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하면 비슷한 비유일까요?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에 대한 처세가 서툴렀으리라 보여집니다. 하나의 성장통이었겠지요. 처음으로 무언가에 빠져보고 그에 따른 처세에도 서투른 실수를 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해방 전후, 어설픈 모더니즘을 '따라'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사랑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행동했던 조선 민중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저자 황석영이 말하고 싶어 주인공 류요섭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들의 서툴렀던 실수에 대한 반성과 자각. 모두를 용서하자는 말. 어차피 새로운 세대는 우리 세대를 넘어 그들의 역사를 써야 한다는 것. 바로 피드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우리는 양쪽(기독교도&공산주의자)이 모두 어렸다고 생각한다. 더 자라서 사람 사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서로 이해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어야만 했다.

지상의 일은 역시 물질에 근거하여 땀 흘려 근로하고 그것을 베풀고 남과 나누어 누리는 일이며, 그것이 정의로워야 하늘에 떳떳한 신앙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야소교나 사회주의를 신학문이라고 받아 배운 지 한 세대도 못 되어 서로가 열심당만 되어 있었지 예전부터 살아오던 사람살이의 일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p. 176


 

소설 속의 주인공 류요섭 목사의 소메 삼촌. 안성만은 기독교도이면서도 당원으로서 일종의 처세를 잘해 양쪽 모두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도 살아남게 되죠. 소설을 읽다 소메 삼촌의 독백에서 눈에 띈 구절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고, 좋아한다는 일에 빠져 행동으로 옮기던 모범생도 과정 속 서투른 실수에서 분명 반성하고 자각하는 점이 있어야하겠지요. 자신이 잊고 있었던 것, 자신이 그 성장통을 통해 더 커져 가며 가지게 된 삶에 대한 의연함 내지는 겸손함 같은 비스므레한 것들 말입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서툴렀던 이 때.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것을 또 경험해서는 분명 안되겠지만 잊혀져 가는 것은 더욱 슬플테니까요.
 

아픔을 통해 더 성장하고 커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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