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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교수가 제안하는 주5일시대 일과 놀이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먹고 살만큼 발전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타난 일과 여가와의 관계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학문적으로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의 생각을 바꾸고 우리들의 삶과 가치관에 경종을 울리는 꽤 인상 깊은 책으로 기억하려고 한다. 이런 책들은 내 기억 속에 우석훈 씨의 ‘88만원 세대’, 구본형 씨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등 몇 권 되지 않는다. 인상 깊었다는 것은 읽는 내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는 뜻이다.
여는 이야기에서 유태인의 교육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교육 사상은 ‘열심히 노력하라’ 가 아닌 ‘우선 잘 쉬어라’ 라는 것이다. 안식년의 의미는 6년을 일했으면 1년 정도는 푹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주일은 하루는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게다가 일요일은 일주일의 처음에 있다. ‘일단’ 쉬면서 일의 계획을 창조적으로 세우라는 의미다.
저자는 문화 여가심리학 관점에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IMF를 당한 이유도, GDP 1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유도, 그저 노는 문화가 폭탄주 문화, 고스톱 문화 등 유흥 문화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놀 줄 모르는 우리들, 엄밀히 말하면 386세대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노는 문화. 즉 폭탄주 문화, 고스톱 문화는 행복하면 안 될것 같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우리의 인생관에서 비롯된 어긋난 놀이 문화이고 놀고 싶은 우리들의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한 현상이라고 또한 덧붙인다. 사실 이 부분에서 행복하면 안될 것 같다는 말, 뭔가 더 고생해야 낙이 올 것 같다는 우리 부모 세대의 심리가 혹 할아버지 세대들이 일제 식민지 지배를 통해 얻어진 식민지 국민의 피해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그렇다면 일의 정의란 무엇일까? 일의 정의부터 다시 재정의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지껏 “일이란 내가 자발적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남의 돈을 따 먹는 행위였을 뿐이다” 라고 인식해왔다. “그러다 보니 더럽고 아니꼽지만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 곧 일이었다” 라고 저자는 말하며 “일의 반대말은 여가가 아니라 바로 나태” 라고 재정의했다.
그리고 일의 성과를 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책에서 인용한 서커스에서 점프를 하는 돌고래에게 보상은 물고기 한 마리이다. 하지만 보상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고 왠만한 보상 가지고서는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만약 일을 자기 의지대로 행하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보상’ 이 아닌 ‘동기부여’ 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놀이는 목적 추구가 아닌 과정을 즐기는 수단이며, 과정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더욱 유연하게 사고하며 다양한 시도 또한 하게 된다.
저자는 또한 놀이는 창의성과 동의어라고 비유한다. 그리고 놀이는 정서공유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놀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이의 기분을 잘 파악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러면 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놀이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재미’ 라고 단순히 언급한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 재미있으면 되는 사소한 재미, 날 좋은 날 노천 카페에서 차 한잔에 책 한권을 읽다가 꾸벅꾸벅 조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사소한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소한 재미를 정말 사소하게 받아들이며 재미와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보니 새해마다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극기와 의지의 표현으로 가득차게 된 것은 아닐까? 저자가 새해마다 극기와 인내 대신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가겠다고 목표를 세워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행복해야 하고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서 나조차도 행복하게 살곤 있지만 무의식적이고도 편협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반성을 하게 되었다.
다니엘 카네만의 ‘하루의 재구성’ 이라는 논문이 2002년 카네만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공헌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나의 하루 중에서 즐거운 때가 많아야 행복하다고 하는 것이다” 라는 카네만의 말에 저자 김정운 씨는 우리가 얼마나 즐겁게 살고 있질 못하다는 반증이냐고 강조한다. 아마도 이 구절은 자신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가장 짧고 단순하게 요약해주는 한 문장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 중 즐거운 때가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