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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엔드게임 1 - 문명의 문제 THe Problem of Civilization
데릭 젠슨 지음, 황건 옮김 / 당대 / 2008년 3월
평점 :
내가 생각할 때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은 "불편한 진실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달콤한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속한 체계가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으며, 이 체계를 운영하는 권력자들은 온갖 술수(특히 힘과 폭력)을 이용해 우리 눈을 가리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 선로를 이탈한 폭주열차와 같은 산업문명을 해체해야하는 이유와 방법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가 들이대는 증거들은 내가 알고 있었지만 무심코, 혹은 모른척 넘겼던 진실을 담고있다. 세뇌당한 정신으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알수없는 이 문명의 실체와 필연적인 멸망의 징조들을 알아갈수록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지곤 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현대문명과 기술이 오히려 우리의 목을 조르고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직시해야할까?
이렇듯 정말로 중요한 진실을 담고있지만 당혹스러운 책을 보면, 우선은 그 새로운 주장에 적잖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며 집중하게 되지만, 책에서 손을 놓음과 동시에 한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버릴수도 있는 그 중요한 사실들은 점점 망각의 늪으로 가라앉게 됨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불편한 진실보다는 달콤한(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진실들을 이제껏 외면했던것과 마찬가지로 또하나의 진실을 외면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말이다.
아직 책은 반정도 남았지만 벌써 책을 다 읽은 후의 일이 걱정된다. 이 책이 주장하는 진실에 동조하자면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것을 부정하고 싸워야할 것이고, 항상 그렇듯이 "...그렇군." 이란 말로 책을 덮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면 나는 일단 일상으로 돌아갈 테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듯한 느낌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그냥 책 하나일 뿐인데 뭘그리 수선을 떠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 의미있는 진실이 당도했을 때 그리고 그것에 공감할 때 행동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때는 언제인가?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