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 집단을 벗어나, 참된 개인으로 비상하라
박성현 지음 / 들녘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쳐 들었건만 시작부터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거다. 하마터면 책을 집어 던질뻔 했다. 다행히 바로 뒤에서 그것을 "가짜 개인주의"로 규정하는 대목을 발견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책은 역사부터 철학, 심지어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을 끌어와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개인을 타이틀로 내세우지만 동시에 집단에 관해 다루고 있기도 하다. 개인 그 자체보다 "집단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을 파헤지는 책이다. "개인"이라는 단어에 끌려 책을 집어 들었지만 정작 집단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을 받은 듯 싶다.

집단과 개인. 대립하다가 개인이 비극적 결말을 맞든, 반대로 개인이 영웅이 되어 세상을 뒤엎어 버리든. 이것은 문학부터 만화까지 온갖 작품에서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로 구성되곤 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다양한 문학작품이 인용되고 있다. 그리스 서사시에서부터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는다. 어찌보면 그만큼 뿌리 깊고 원초적인 화두이면서 끝도 없고 정답도 없는 명제일지 모른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 진실을 추구하는 것. 당연한 얘기다. 이 당연한 것이 어떻게 해서 당연해졌는지 이 책은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가짜 개인주의와 떼의 위선을 경고한다.

유럽에서는 400년 걸린 것을 60년 만에 이 땅에서 이뤄냈다고 말하지만, 20세기 말에 PC통신이 나오고 인터넷이 보급된 몇 년 동안에도 개인과 사회, 나아가 세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블로그와 SNS가 등장하며 인터넷이 점점 개인화 되고 있는 현재에도 떼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권력을 추종하며 그 뒤에 숨어서, 때로는 편을 갈라 대립하면서 열심히 쉴드를 치고 상대를 공격한다. 그러는 동안 한쪽에서는 미숙한 자아의 폭주속에 생겨난 초글링과 중2병 환자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데스노트만 쥐어주면 당장이라도 키라가 될 기세로.

개인이라는 주제를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인터넷 시대의 개인에 관해 좀더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익명성과 다중 아이디 뒤에 숨어 자아 분열을 일으키는 아바타들, 무한 복제속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채 네트워크의 부품이 되어가는 개인... "남과 다른 나"를 이뤘다고 믿지만 그마저도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게 현대인이다.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 하더라도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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