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5도살장〉은 조금 힘겹게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커트 보네거트 스타일에 슬슬 적응이 되는 것인지 〈고양이 요람〉은 의외로 술술 읽혔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돋보이는 문장들을 보며 계속 키득거리게 되더라지. 그러면서도 어쩐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미묘한 기분이라니.

이야기에는 두 명의 성자(?)가 등장한다. 과학 발전에 기여한 천재 과학자 펠릭스 호니커 박사, 그리고 허무주의 사이비 종교를 만든 보코논. 노벨상 수상자에 모두가 떠받드는 과학자이지만 핵무기를 만들었고 정작 인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호니커 박사. 독보적인 사상으로 허무와 절망에 빠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결국 종말에 이른 종교 지도자.

과학과 종교. 현대 인류 문명은 이 두 기둥위에 쌓아올렸다고 할 수 있으리라. 둘 다 진리를 추구하고,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기여한다고 떠벌인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핵폭탄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어 학살을 자행하고 신의 이름을 팔아 사람들을 현혹해 분쟁을 조장한다. 과학도 종교도 그 자체로 악한 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들이지. 과학과 종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인간들의 위선과 탐욕을 향한 비아냥이 이 책을 꽉꽉 채우고 있다.

실뜨기 놀이를 의미하는 영어 고양이 요람(Cat’s Cradle)을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사용한 것부터가 과학과 종교 어느쪽의 관점에서 봐도 재미있다. 방정식 마냥 단어의 표면만 보고 정작 인간을 이해하지 못 했던 과학자, 두툼한 경전을 쓰고 많은 신자들이 그의 말씀을 떠받들지만 모든 종교는 거짓이라고 외치는 사이비 교주. 겉은 번지르하지만 인간들이 추구하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허약한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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