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 루즈 2 - J Novel
김주영 지음, 문성호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기존에 알려진 익숙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비틀어 보는 것은 이제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 같다. 거창하게 패러디네 포스트 모더니즘이네 하는 말들을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말이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기묘한 사건들을 풀어 가는 해결사 이카의 모험은 2권에서도 계속 된다. 토끼의 간 이야기에서부터 선녀와 나무꾼까지 온갖 동화와 설화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비틀리고 뒤집어진다.

1권도 재미있었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2%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2권에서는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보다 충실하게 이야기를 엮어 간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동화속 캐릭터들이 뛰어다니면서 PDA와 휴대폰, GPS같은 첨단 장비들이 총동원된다. 토끼의 간 이야기를 하나 싶더니 갑자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앞뒤가 착착 맞아들어가며 절묘하게 흘러간다. 미녀와 야수의 사랑이야기는 복마전으로 얽힌 사채업자와 폭력배들의 싸움판이 되나 싶더니 야수와 미남(?)의 이야기로 뒤바뀌어 버린다.

첫번째 이야기인 "마지막 경주"에서는 장기기증을 다루고 있고, 네번째 이야기인 "선녀가 내리는 밤"에서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뒤집으면서 동시에 결혼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동화 비틀기만이 아니라 현실 비틀기를 시도함으로써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또다른 재미를 준다.

여기에는 더이상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식의 해피엔딩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없이 비극과 엽기로 말아먹는 것도 아니다. 이카가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사건의 주변에 자리하면서 "그래서 당신은?"이라는 식의 애매한 결말을 툭툭 던질 뿐이다. 이렇게 대상과 거리를 두면서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그 다음이 해피엔딩이 될지 또다른 비극의 발단이 될지는 당사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2권으로 넘어오면서 캐릭터들의 매력도 한층 짙어지는데 역시 "검은 웬디"로 자신의 입지를 굳힌 사스케나가 단연 돋보인다. 과묵하면서 단순무식한 바신도 점점더 마음에 든다. 과연 이들과 이카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도 기대.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카의 지워진 기억이 무엇이고 왜 그랬는데, 다르케가 무엇인지, 비냔이 누구인지 등 많은 부분이 물음표로 남아 있다. 정보들이 어느 정도 흘러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과연 그걸 다 풀어놓을지 "네버 엔딩 스토리"로 남겨둘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일러스트. 차라리 라이트노벨 레이블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싶기도 하고, 내용은 참 좋은데 거기에 한참 못 미치는 일러스트가 매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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