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보급판 문고본)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며 다분히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이런 책들은 매번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을 집어들 때 뭔가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호기심과 탐구심은 결국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대상과 맞서기 위한 인간의 기본 스킬이다. 죽음이라는 궁극의 최종 보스가 대상이라면 더더욱 긴장하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어떻게(How)" 죽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노화나 질병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죽음에서부터 사고나 살인, 자살같은 갑작스런 죽음까지.

현장에서 수십년 동안 활동한 의사로서 과학적 사실로 죽음의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경험과 주변의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들이 많이 쓰였다. 이런 방식이 공감을 불러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다분히 저자의 주관이 담겨있다. 치료행위, 특히나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과 연결되는 의사의 판단과 행동은 윤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서술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있다.

인간의 피끓는 감정과 지성 같은 것들을 단순히 수식과 생화학 원리로 설명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관점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주의 오묘함을 현재의 과학기술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죽음 같은 극단적 상황이 이상하고 잘못 된 것 혹은 오래된 죄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속에서 순리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안도하게 된다.

"그저 때가 되니까 죽는 겁니다." - 269쪽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책은 산 자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죽음의 과정에서 "How"는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음 자체의 "What"은 어쩌면 영원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뒤에 무엇이 있는지, 종교에서는 무수히 많은 말들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과학의 권능 밖에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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