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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파크 ㅣ Nobless Club 22
김지훈 지음 / 로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뜸하던 노블레스클럽에서 간만에 내놓은 <크레타 파크>. 도입부를 읽는 순간부터 같은 레이블의 이전 작품인 <뉴욕 더스트>와 비슷한 향기가 났다. 물리적 또는 생화학적 방법으로 신체를 강화해 전투에 이용한다는 설정부터 초인적인 전투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기본틀은 여러가지로 비슷하다. <뉴욕 더스트>가 꽃파는 남자였다면 <크레타 파크>는 책덕후라는 정도의 차이.
여기에 나름 능력있는 여성이면서 결국은 왕자님이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히로인이나 중간에 끼어드는 제멋대로인 소녀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사랑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다분히 남성 중심적이고 심하게 비틀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렘지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설정해서 그런지 본문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잡다한 지식을 늘어놓곤 한다. 그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에 비해 대놓고 주변 인물들을 사이코에 저능아 취급하곤 하는 부분은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하긴, 주인공을 위해 조연들을 희생시키는 방법도 여러가지이니까.
그래도 <뉴욕 더스트>에 비하면 좀더 지적이고 세련되어 보이기는 한다. 주인공의 잘난 척 아는 척이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시니컬한 문장도 나름 재미있고, 첨단기술을 이용한다는 설정이지만 요정이니 인어니 하는 환상속 존재들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크레타 파크>만의 장점도 있지만 결국 결론도 비슷하게 나온다. 만약 대여점에 꽂혀 있었다면 제법 "있어 보이는" 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서점에서 국내외의 쟁쟁한 작품들과 나란히 진열된다면 "글쎄"라는 물음표를 달아주고 싶을 것 같다. 오랜만에 나온 신간이라 기대가 컸던 탓일까. 나쁘지는 않지만 썩 만족스러운 독서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