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인의 귀향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라이트노벨 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조그만 책. 이 책을 받아 들고 "이렇게 작을 줄 몰랐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더라지. 물론, 작다고 내용까지 작으란 법은 없다.

인공지능, 로봇, 전자공학 같은 기술적인 설정위에 종교, 인문학, 철학을 끌어와 주무르는 걸 보고 있자면 "역시 젤라즈니"라는 감탄 밖에 안 나온다.

인간이 몸을 만들어 주고, 지식을 전해주고, 마음을 담아준 기계 행맨. 단순히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느냐의 차원을 넘어 그런 존재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 - 앞부분에서는 주로 공포로 묘사 되었지만 - 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는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행맨의 자유의지를 인정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그저 인간을 따라하기 보다 스스로 고독을 택하고 다시 별들 사이로 떠난 행맨의 선택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주로 나가 새로운 것들을 보고, 인간이 가지 못 한 세계에 발을 딛겠지. 그는 이미 여러가지 의미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별을 보고 신세계를 꿈꾸는 이에게 지상은 그저 우주의 티끌중 하나일 뿐이겠지.

수십 년간 태양계를 가로질러 길고 긴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호나, 우주미아가 될 뻔했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온 탐사선 하야부시 같은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감동과 함께 부러움 마저 느껴진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고독한 여행, 고난을 이겨낸 의지와 용기. 그것이 순전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감정이입이라고 해도 우리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기계에 마음이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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