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밤에 걷다>에 이어 두번 째로 읽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이다. 과연... 사람들이 왜 존 딕슨 카를 그렇게 찬양하는지 다시 한번 납득시켜주는 책이었다.

사건과 단서들, 그리고 추리가 착착 맞아떨어지며 명쾌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 증거를 넣으면 데이터가 바로바로 나오는 CSI식의 사건 해결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추리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 흔히 나오는 그런 과정은 사실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존 딕슨 카의 작품은 아마도 판타지의 극한을 향한 도전이 아닐까 싶다.

작은 조각 퍼즐 하나하나를 끼워 맞추듯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그러면서 한 부분의 퍼즐을 맞추면 또다른 그림의 일부가 보이며 더 큰 퍼즐로 이어진다.

글을 읽는 내내 뭔가 속고 있다, 우롱당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것은 이 책이 "말", 즉, 진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그 설명은 다시 제 3자를 통해 전달된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액자 구조안에 엮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서술자의 주관이 개입하고 1인칭 시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인식 범위가 제한 된다. 그리고 이들 또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증인의 진술에 의존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정보는 다시 한번 제한되고 조작되고 왜곡된다. 여기에 다시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얽히면서 "말"들은 경찰과 독자를 우롱한다.

만약 이런 걸 영화로 만든다면 좀 지루해질지도 모르겠다. 각색을 좀 많이 한다면 모르지만. 어쩌면 소설이기에 가능한,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단지, 잘 짜여진 사건 구성에 비해 결말이 좀 허무했다. 경찰과 탐정이 넷이나 모여서 고작 내린 결론이 그거라니. 인과응보나 정의구현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좀 찜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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