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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바다 ㅣ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누군가는 사람을 섬에 비유하기도 했다. 개인은 섬처럼 떠 있는 존재이고 서로 뭔가 공감하거나 공유한다고 느끼는 건 모두 착각이라고.
이 책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족, 친구, 연인 등등 그들은 혈연으로 혹은 흔히 운명이라고 부르는 우연한 사건으로 서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관계에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어느 정도의 비밀과 어느 정도의 상처와 어느 정도의 경계를 품고 있다.
이야기가 현실감을 갖는 것은 단순히 현대의 한국땅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실상은 이계니 용이니 하는 것들이 등장하며 판타지에 가까워 보이고 말이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고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가족, 매순간 거리를 재고 감정을 확인해야 하는 연인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동지이자 적이 되기도 하는 급우들. 이 책은 그런 인물들의 경험과 감정의 흐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건이 해결되고 결말을 향해 흘러가도 여전히 가족간의 비밀,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존재하고 일상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모두 '섬'이니까.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기만 했던 형제 나무 처럼 어쩌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거리인지도 모른다.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은 오히려 서로에게 고통만 안겨준다.
섬사이를 흐르던 물이 결국은 하나의 바다인 것처럼 서로 갈라져 있다 해도 멀게만 보이던 그들의 인연은 언젠가 따로 또 같이 한 곳으로 모인다.
민소영 작가라고 하면 <꿈을 걷다>에서 단편을 접하긴 했지만, 평소 잘 모르던 작가다. 아마도 장편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리라. 하지만, <홍염을 성좌>, <적야의 일족>을 비롯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들었다. 그런 '내공'이 쌓여서일까, 과연 이야기를 풀어가는 균형과 노련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