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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ㅣ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이하 '오다외')는 이제까지 읽은 노블레스클럽의 책들 중에서 가장 유쾌한 이야기였다. 최근 몇 년 간 이렇게 웃으면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오다외는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공간, 지구인과 외계인이 공존하는 세계를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다채롭지만 복잡하지 않고, 심오하지만 현학적이지 않다.
이야기는 고달픈 일상을 살아가는 어느 휴학생과 길잃은 외계인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누가 외계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 하고 겉도는 성우와 달리 정작 외계인인 용관은 지구인들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순식간에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폭발이다.
그에 비해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보이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더 외계인 같고,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주인공과 역시 그를 따돌리는 주위 사람들은 서로에게 외계인같은 존재일 뿐이다.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서 자랐지만 외계인 취급을 받는 지구인과, 지구인들 틈에 섞여 조금의 의심도 없이 - 심지어 다른 종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 어울리고 있는 외계인들.
이것은 길잃은 외계인이 분실물을 찾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지만, 정작 지구인이면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방황하던 한 청년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지구로 여행온 외계인들인 게 아닐까. 친구를 찾아,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어딘가에 있을 집으로 돌아갈 문을 찾아 헤매는 외계인.
그러니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하자. 매번 성우같이 친절한 지구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
오다외를 그냥 즐겁고 가벼운 이야기로 읽을 수도, 거창한 철학이나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인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 외계인의 손에서 온갖 기능의 선물로 바뀌는 것처럼 책이란 것도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하는 신비한 물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