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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스드 ㅣ Nobless Club 5
김장훈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검과 마법, 이종족과 괴물들. 언뜻 흔한 판타지 소설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끝났다면 굳이 '노블레스클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올 필요가 없었으리라.
겉모습은 서양 판타지를 닮아 있지만, 페이지를 넘겨 가다보면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한순간에 파괴된 세계, 그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생명들. 온갖 논리로 환경을 파괴하고 그 생명을 빨아 먹으며 그저 쓰레기만 배출하는 현실 세계의 인간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세계만 파괴된 것이 아니라 그위에 사는 인간과 동식물까지 오염됐다. 원래부터 대지와 인간은 별개가 아니건만 아직도 인간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 한다.
세난이 노드라고 불리는 특별한 지점을 찾아가 대지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나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이 인간과 생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자연과 그 위에 사는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다른 관점을 요구한다. 언뜻 동양의 풍수지리사상을 닮은 듯도 보이고, 경혈을 통제해 환경을 조종하려 한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레스톨이 떠오르기도 한다.
세난에게 세계는 정복하고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치유하고 구원해야 할 존재다. 대지와 자연이 무조건 그에게 협력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환경은 단순한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 동등한 주체다.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 그들이 걸어가는 길이 마냥 희망적이지만도 않다. 아니, 오히려 나는 그들의 희망이 실패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한 방에 모든 것을 '리셋'하는 방법이 아니라, 처참한 현실위에서 죽어가는 세계를 하나씩 치유해 가는 과정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즐기며 읽을 수도 있을 것이고, 세난과 휴케의 단순한 우정을 넘는 관계도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다. 거기에 자연과 생명의 본질, 그리고 그위에서 지배자처럼 군림하지만 결국 자멸해 가는 인간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읽어가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