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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ㅣ 노블우드 클럽 2
사사모토 료헤이 지음, 정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도입부만 읽어도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탐정 아카네자와 앞에는 크게 두 사건이 놓여 있다. 하나는 사람 찾기, 다른 하나는 범인 잡기. 그 두 갈래의 길이 적당한 지점에서 하나로 엮이고, 그대로 끝나면 너무 뻔하니까 거기에 그럴싸한 반전을 넣어주고.
"역시나..."하면서 읽었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미 결말을 안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 그런 종류의 책이다. 전체 그림을 보고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듯이 말이다.
아카네자와가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몇 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온갖 인연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카네자와를 거쳐 다시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그렇게,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어지던 줄이 어느 틈엔가 하나의 고리가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아카네자와가 주인공이니 일단은 그를 중심으로 고리가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 중심은 유키일 수도, 아키노부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인연의 고리는 끊임없이 돌고 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생기는 인연은 아마도 낳아준 부모일 것이다. 소위 혈연 관계라는 것. 하지만, 그 이후에 인생을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인연은 혈연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가 혈연이라고 믿고 있는 그것도 단순히 유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추억과 함께 쌓인 다른 종류의 인연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잃어버린, 혹은 감춰진 인연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가는 것. 그것은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탐정 소설 치고는 쉽게 결말이 보이고, 요란한 사건이나 화려한 캐릭터가 없어도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