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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시계 ㅣ Nobless Club 4
강다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H.G.웰스의 <타임머신>이래로 시간 여행은 흔하다면 흔한 소재다. 꽤 많은 소설이나 영화를 본 것같지만 정작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간 여행은 흥미로운 소재다. 타임패러독스를 비롯해 과연 그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우주의 역사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질 것인지 등.
부분적으로 조금 억지스러운 감도 없지 않지만, <볼테르의 시계>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을 조합해 제법 흥미로운 시간 여행기를 그러내고 있다.
일단 시간 여행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과거로의 여행, 그리고 미래로의 여행. 어떤 목적의 여행이냐, 혹은 시간 여행의 범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른데, <볼테르의 시계>에서는 과거로의 여행을 다루고 있다. 미래로의 여행은 대게 막연한 호기심에서 감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로의 여행은 이미 역사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뚜렷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볼테르와 쉴리도 '내기'라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목적으로 시간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과거로 떠났다.
그들은 임의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은 현재와 연결되어 있었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다시 처음, 그들이 시간 여행을 떠나야 했던 시점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과거로 가야 했겠지만, 만약 미래로 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과연 그들은 어떤 답을 얻고 돌아갔을까.
볼테르와 쉴리의 여행은 과거로 갈수록 인간은 미개하고 비이성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보인다. 그렇다면 미래의 인간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일까. 세계 대전이나 그 이후 등장하는 대량 학살 무기들을 본다면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시간 여행에는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이 있다고 했는데, 하나가 더 있다. 현재로의 여행. 바로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
시간 여행자가 겪는 공통된 벽은 문명의 괴리다. 다른 가치관, 다른 지식, 다른 문화로 인해 생기는 갈등과 괴리. 물리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고 해도 개인과 사회가 가치관이 다르고 패러다임이 다르면 마치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대를 앞선 사상을 갖고 있던 볼테르같은 인물에게 어쩌면 인생이란 그 자체가 끝나지 않는 시간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볼테르의 시계>까지 노블레스클럽에서 나온 네 권의 책을 읽었다.
나름대로 장르도 다양하고 소재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하나같이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다. 그만큼 문장을 읽기도 편하고. 한국어같지도 않은 한국어를 적어 놓은 번역서들에 비하면 고마울 만큼 술술 읽힌다. (하긴, 요즘엔 한국소설도 번역서 못지 않은 비문들을 구사한다고 하더만.)
단권으로 끝나는 게 불만인 독자도 있는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론 이게 더 좋다. 물론, 요즘 뜨고 있다는 라이트노벨에 비하면 좀 두껍지만, 10여권 이상 넘어가는 것보다야 한두 권으로 끝내주는 게 나한테는 더 취향에 맞는 것같다.
아무튼, SF를 제외하고 특정 브랜드의 책을 줄줄이 사 모으는 경우는 드믄데, 노클의 책은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어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