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다. 작가의 외모나 이름은 한국인처럼 보이는데 번역자가 있는 외국 소설이라니. 더군다나 소설은 19세기 초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다룬다. 생물학적으로는 한국인이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미국 사회에 정착한 작가는 거의미국인이다, 그런 작가가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영어로 쓴 이야기를 번역본으로 읽는다는 게 여건 어색한 게 아니었다.

내용은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혼란스러운 시대와 맞서는 이야기다.

한국 근대사를 다룬 소설 중 탁월한 장편이 많다. <토지>, <태백산맥>, <혼불>, <장길산> . 작가도 헛갈릴 만큼 나오는 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고 최소 3대 이상의 걸친 긴 시간의 이야기인데 무지하게 길지만, 무지하게 재밌어서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찌감치 외국에 번역되어 소개된 것으로 아는데 그리 큰 반향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에 반해 김주혜 작가의 이 작품은 정말 소품에 가깝다. 출판사의 자랑처럼 각종 문학상에 후보에 오르고 아마존에 상위에 오르는 등 인기가 많다니 반가운 일이다. 나 같은 토종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하고 역동적으로 느껴진 모양이다. 이 책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알고, 우리 작가들의 좋은 책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소설의 임무는 충분하다.

 

 

P. 603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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