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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아 잡화점의 기적>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최근 몇 년 새 비슷한 아니 비슷해 보이는 책들이 여러 권 나오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불편한 편의점>이 많이 팔리면서 새삼스레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 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부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까지 출간되었다. 전부 읽지는 못했고 아마 끝까지 읽지 않을 것이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주인공이 하는 잡화점, 편의점, 이발소, 서점, 사진관 등에 사람들이 잠깐 들러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구성인데, <하쿠다 사진관>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된 주인공 제비는 아무 연고 없는 제주에 내려와 우연한 기회에 하쿠다 사진관에서 주인 석영을 돕는다. 남자친구의 아이를 홀로 낳은 후 입양시킨 비밀을 간직한 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마을 해녀와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전작처럼 작가는 인생의 숙제를 참 쉽게 쉽게 해치워버린다. 시종일관 철없는 취준생 역할만 하던 제비는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무슨 각성을 한 것인지 용기를 얻고 결국 아이를 버린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사진관에 온 손님들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쉽게 털어놓고 또 쉽게 각자의 방법으로 매듭지어 버린다.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단지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모든 갈등이 술술 풀리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쿠다’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이라니 이제부터라도 뭐라도 하겠지 했는데... . 실컷 수다 떨다 집에 오니 후련한 마음보다는 목구멍만 아프고 채워지기는커녕 구멍만 넓어진 기분이 든다. 그저 흘러가는 상황에 내 몸을 맡기는 게 위로와 힐링이라면, 그게 된다면 참 좋겠다.
P.200 "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이 가져온다면, 그리고 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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