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도덕론

애덤 스미스 구하기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제목만 봤을 때는 애덤 스미스의 역작인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aving에 의미를 더 두어야 한다. 이 책은 국부론이 아니라 그 이전의 저술인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 기초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도덕감정론은 국부론에 가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미스를 당시의 명망있는 학자로 인정받게 했던 저술이다. 고로 제목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유추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부론으로 냉혹한 자본주의 사상의 시조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를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저술, 도덕감정론에서 주장한 바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사상가로 구해내겠다.'

책의 기본 틀은 이렇다. 자신의 사상이 국부론에서 주장한 것으로만 왜곡되어 알려지는 것에 불만을 품은 애덤 스미스가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환생하고 (빙의), 신참 경제학자인 주인공과 더불어 미국 각지를 떠돌면서(도망다니면서) 도덕감정론에서 주장했던 바를 설파한다. 이 틀은 억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자가 책을 쓴 주요 목적은 도덕감정론의 내용을 알리는 것이고, 그것을 좀 더 쉽게 하고자 소설의 형식을 취했는데, 그 소설의 틀과 책의 목표인 도덕감정론의 해석이 거의 완전히 분리 되어있다. 소설적인 내용은 소설대로 나가고, 그 중간중간에 주인공과 애덤스미스의 대화로서 도덕감정론의 내용이 나온다. 따라서 소설이긴 하지만 책이 자연히 지루하고 읽기에 팍팍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을 소설로서 문학적인 면에서 보는 것은 접고, 내용을 파고 들어보면 어떤가? 국부론 대신 도덕감정론으로 애덤 스미스에게 접근한 것은 아주 신선한 시도이다. 냉혹한 자본주의 사상과 자유 방임주의의 옹호자로만 그려지는 스미스를 그의 도덕 저술로 살펴보아, 그가 자본주의의 옹호자이기도 했지만, 그 자본주의의 질서 유지를 위한 바탕으로서 도덕론을 역시 펼쳤던 사람이기도 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은 매우 훌륭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간 부분에 스미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주요 사상가들 (흄, 루소, 볼테르 등)을 스미스와 같은 방법으로 살려내어 (빙의) 서로 논쟁을 펼치게 한 부분도 짧은 분량에서 대 철학자들의 사상의 진수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이것도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물론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상과 경제학을 시작하였다는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행했던 연구 결과가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장 중 여러 가지 부분은 그의 후학들에 의해서 수정되고 보완되었고, 크게 보면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스미스의 여러가지 주장을 모두 옳게만 보이게 저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동가치설이 그렇다. 노동 가치설은 모든 상품의 가치, 가격은 그에 투입된 노동의 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학설이다. 이것은 맑스에 의해 한층 더 심화되고 다듬어 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이론과, 수요공급이론에 의해 격파되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저자가 스미스의 노동가치론을 보인 것은 아마도 사회경제학 (Social Economics)에 심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도덕감정론을 해설한 책이라는 면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으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읽을 것이 요구되는 책이다. 그리고 왠만큼 이 주제에 대하여 관심이 있지 않으면 읽기에 힘들 만큼 딱딱한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