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탐사와 산책 3
정운영 지음, 조용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유구한 역사,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장대한 문명을 일으켜 세웠던 중국. 中華로 표현되는 동방의 중심국가였던 중국, 그럼에도 중극은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열강시대에 유연히 대응하지 못해 현재 저개발국가의 지위에 처해있다. 그러나 중국은 '잠자는 거인'이라 불릴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며,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려는 듯 시장경제의 토대위에 사회주의의 체제를 걸쳐놓고 연 성장률 10%에 육박하는 고속 성장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수치로 10%도 대단한 것이지만, 중국 경제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찬사가 불가능한 정도이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는 중국을 저명한 경제학자인 정운영 교수가 돌아보고 왔다. 그는 12개 Chapter를 통해 중국을 정치, 경제개발계획, 사상과 이념, 체제, 모택동의 사회주의 이상(理想) 노선과 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 겨제성장의 견인차 경제특구, 중국과 홍콩, 중국과 대만의 관계, 중국이 당면한 시장경제의 문제점 (실업, 빈부격차, 부패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바른 태도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시인이었던 모택동은 정치적 이상주의를 안고 중국에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했다. 그리고 이어 등소평은 그 이상주의를 이어받되 티토나 고르바초프처럼 실용주의의 노선을 걸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구호가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였다면 등소평의 그것은 소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것이 좋은 고양이라는 것이다. 이 두 정치가의 업적에 의해서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라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중국의 실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장경제를 도입한 국가로서 중국은 과거의 우리가 그랬듯이 일단 빵을 키우는데 중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경제특구를 만들어 각종 제약을 풀어주고, 그곳을 성장의 중심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체제가 다른 홍콩이나 대만을 대할 때조차 이념보다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허허실실의 실용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은 부를 상대적으로 아니 절대적으로도 매우 척박한 서부의 개발에 쏟고 있다.

중국 역시 여느 개발국가가 그렇듯 빵을 키우는 이면의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사실 시장경제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는 중국은 불안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 국토의 불균형 개발 문제, 전 인구의 50%에 달하는 가난한 농민들과 농촌의 한계생산력 제로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도시로 유입된 노동력의 일자리 문제, 그리고 사회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와 거의 다를 바 없이 커져버린 빈부격차의 문제, 거기에 더해 정경유착의 부패에 이르기 까지 다루기 어려운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중국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명암을 띄고 있는 중국의 불안한 시장경제 위에 사회주의의 이념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도 대단한 관심거리인데, 처음 이 책을 대할때부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시장경제의 힘이 중국의 사회주의를 명목뿐인 것으로 변질시키고 결국은 완전한 자본주의의 길로 돌아서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Marx를 생각했다. 하부구조인 생산관계가 상부구조를 결정짓는다는 그의 유물론을. 그의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은 것이라면 시장경제는 그와 엇갈리는 상부구조인 사회주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본주의를 앉힐 것이다. 결국에는 사회주의는 접고 대신에 그자리에 어설픈 사회보장제도나 슬그머니 밀어 놓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는 잘 어울리지 않는 한쌍이다.

이에 더해 정교수는 이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까지 생각하여 의견을 펼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더 이상 중국을 우리보다 못한 '저개발국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고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에 우뚝 솟을 중국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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