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재천 교수. 신문사에서 기자일을 하면서 꽤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학술부 기자들이 그에게 글을 청탁하기도 하고, 나도 수습기자 시절, 새로나온 책 서평을 쓰면서 종종 그의 이름을 들었다. 그 후 신문과 잡지 등에서 그의 이름은 언뜻언뜻 꽤 많이도 눈에 띠었던 것 같다. 막연히 생각하기에 동물행동학자로서의 그의 모습과 신문과 잡지, 문학계간지 등에 기고하는 그의 두 가지 모습은 나의 뇌리안에서 미술시간에 해보았던 데깔꼬마니처럼 똑같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혼란스러웠던 나의 데깔꼬마니가 점점 하나의 동일한 모습으로 합쳐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머리말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은 글쟁이가 되고 싶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리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의 고백치곤 어줍잖은 일이지만, 아홉 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 나는 눈을 씻고 다시 펼쳐보았다. 그렇다. 그것은 어줍잖은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시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 역시 문학에 일찍 눈을 뜨게 되고... 단 몇 줄의 글을 쓰기 위해 가슴을 졸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저 멀리 미국땅에서 배우고 온 동물의 행동과 생태는 평생 글만 써온 '글쟁이'들에 비해 엄청나게 풍부한 글의 소재를 소유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이 책의 내용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한편 한편 짧은 글 속에 본능이 살아숨쉬는 동물들의 행동과 행태를 인간에 빗대어 잘 녹여냈다. 그의 글 속에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는 잘못 알고 있던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 조금 더 정교하게 알수 있는 '지식'을 줌과 아울러, 자연을 바라보는 눈으로 우리의 삶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그는 경계하고 있다. '자연주의적 오류'를 말이다. 동물들의 눈으로 감히 인간을 훈계하진 않겠다며. 지금까지 동물들의 편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도는 없었다. 어리석은 인간의 눈으로 동물들을 평가하는 일은 많았지만 말이다. 어려서부터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는 그의 열망과 날렵한 글발은 영원한 자연의 진리 속에서 우리를 다시금 겸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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