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최근 읽었던 책 중 나에게 잠시나마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학교 구내서점에서였다. 공강시간에 매번 같은 일 - 전산실에서 오락을 하거나, 친구들과 팩차기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 을 하는 것에 지겨워져 있던 나는 학교 구내서점에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있는 공과대학 건물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구내서점을 가기위해 휘적휘적 힘들게 걸어갔다. 그 곳에서 이리저리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내가 골라놓은 책들 위로 누군가가 보다가 제자리에 꽂지 않은 책 하나가 보였다. 왠일로(?) 착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제자리에 책을 꽂아놓으려는 마음에 그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 책에 조금씩 빨려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 책으로 인해 내 책가방엔 하나의 짐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하여튼 이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나와 첫 대면을 하게 된 책. <호밀밭의 파수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내가 떠올린 것은 넓은 대지에 펼쳐져 있는 호밀밭과 그 가운데 서 있는 파수꾼 - 난 허수아비가 떠올랐다 - 이었다. 미국 평원의 광활한 밀밭. 광활한 밀밭에서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한 단란한 가정. 외부 세력으로부터 힘들게 밀밭을 지켜 나가는 아들과 아버지의 정.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 이런 내용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강한 배쒼(!)을...!

소설의 무대는 도시 한 복판의 맨하탄의 한 사립학교. 밀밭은 커녕 온통 도시 속 풍경들만 나온다지...^^; 호밀밭은 단순히 하나의 상징으로만 사용된 것이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는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출판된 이후, 사춘기 청소년이 사회와 가정에 대해 느끼고 있는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격찬을 받아왔다.

주인공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철저한 냉소이다. 그에게는 세상이라는 규범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보편적인 인간들의 몸부림이 모두 허위와 가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타협도, 아부도, 용서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의 정신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혼자만의 영역 속으로 함몰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는 정신은 자꾸만 내면으로 확장된다. 그는 더러운 세상과 타협하기보다는 호밀밭처럼 넓은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며 그 호밀밭에서 아이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박하고 작은 꿈으로 귀결된다.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결국 이 소설의 작가 샐린저는 홀든 코울필드라는 다소 삐딱해 보이는 한 냉소적 자아를 내세워 우리에게 본질에 대한 통찰의 질문을 던진다. 코울필드는 정신병원에 갔지만 그가 정말 미쳤는가? 허위로 가득찬 세상이 미친건가?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주인공 코울필드 식의 영혼이 정말로 순수하고 맑은것이라면, 그런 식의 삶이 진정한 삶이라면, 혹은 가식적이지 않은 삶이라면, 우리 개개인은 과연 이 세상에 어울리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세상이 허위와 가식으로 가득 찼다고 해서 코울필드처럼 냉소로 일관해야 하는가, 혹은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가.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이래저래 참 힘든 일 같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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