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감동과 슬픔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지름신이 내리고 폭풍같이 질러버린 책이 도착하였다. 그리고 첫번째로 읽은 작품은 슈카와 미나토씨의 꽃밥 이란 작품이었다.

대체로 내가 읽었던 슈카와 미나토씨의 작품들은 읽은 후 오싹한 감정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줄거리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그런 소재를 생각할 수 있을까?' 라고, 그의 창의력에 몇번이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꽃밥]에서는 달랐다
물론 소재의 기발함은 여전했다. 오싹함도 존재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 속에 감동과 슬픔을 남겼다
대체로 꽃밥에 실린 단편들은 애잔한 감동과 슬픔을 준다

총 6편의 단편들이 실린 [꽃밥]의 첫번째 이야기인 '꽃밥'을 살펴보면 이렇다.
전생에서의 삶을(엘리베이터 걸이었지만 살해당했다) 기억하는 어린 소녀 후미코는 현생에서의 오빠와 함께 전생의 가족을 잠깐 보러 간다. 하지만 전생의 아버지는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딸이 죽어가는데 자신은 태평하게 밥이나 먹었다는 죄책감에 그 이후로 밥은 먹지 않고 우유나 물을 마시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위로해주기 위해 후미코는 다 먹은 도시락통에 꽃 밥, 말 그대로 꽃을 꺾어 밥처럼 만든 모양을 건네준다.

사실 본래의 나라면 이런 내용을 보고 "말도 안돼. 어떻게 전생의 내용을 기억해? 어떻게 우유만 마시고 살수 있어?" 라고 태클을 걸며 읽는 내내 어이없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슈카와 미나토라는 작가는 이런 의문조차 생각나지 않게끔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작품은 감동과 슬픔이 마음을 적신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후미코의 오빠 도시키의, 동생이 전생의 기억으로 빼앗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밥을 먹지 않아 빼빼마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꽃 밥만을 전해줄수 밖에 없던 후미코의 마음. 딸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으로 음식에는 일절 손대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음.

이 세 인물의 마음이 동시에 덮쳐오니 슬픔이 더욱 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감정이입을 지나치게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감정이입을 시켜준 그의 작품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볼수 없는 소재로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작가, 바로 슈카와 미나토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물론 '꽃밥' 이라는 내용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단편들 역시 그런 감동을 주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고, 슈카와 미나토라는 작가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