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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오시연 옮김, 여상인 감수 / 북스힐 / 2022년 4월
평점 :
“미생물의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넓고 경이롭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이 살아갈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자 친구다.” (7쪽)
한동안 코로나가 무서워 바깥 외출을 삼가고 집과 회사만 왕복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았다. 그러나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결국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어 열이 났고 심한 기침, 가래 증상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인후통이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칼 조각을 삼키는 것처럼 목이 아파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격리 해제가 된 이후에도 보름이 넘도록 잔기침을 달고 살았다. 평소에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한 편인데도 이토록 힘들었는데,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코로나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나니 올가을 코로나 재유행이 몹시 걱정됐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많은 직장이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언택트 소비 패턴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던 많은 영세기업은 문을 닫아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앞으로 코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감염병이 유행할 것이고 인류가 언제든 지금과 같은 위기에 빠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또 다른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는 인간에게 해로울 때도 있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다양한 미생물을 소개하고, 인류를 위협했던 감염병 유행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미생물과 감염병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항상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하고 해롭기만 한 존재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미생물에게 가졌던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미생물은 생물의 사체를 분해해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돕는다. 미생물이 없다면 생물의 사체는 썩지 않고 영원히 쌓이기만 할 것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미생물은 “우리의 적이자 친구”인 것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다양한 미생물을 소개하고, 2장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렸던 감염병 유행의 역사를 자세히 다룬다. 3장에서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미생물을 소개한다. 발효식품 속의 미생물, 인체 상재균, 치료와 미용 목적으로 활용되는 보툴리누스 독소, 조미료, 세정 및 정화 목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미생물을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미생물의 범주에 속하는 바이러스, 균류, 원생생물, 세균류를 소개하면서 각각의 미생물이 지닌 특징을 설명한다.
흔히 감염병의 유행을 생각하면 새롭게 발생한 신종감염병의 유행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기존에 존재하던 재흥 감염병이 유행하는 경우도 많고 이 역시 인류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신종감염병과 재흥 감염병 모두에 대한 철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감염병의 발생과 대유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림 파괴로 야생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늘면 그만큼 전염병 유행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기후 변화로 사막화와 영구 동토 해빙이 진행되어 기후 난민이 금세기 말 연간 1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한다. 인구가 대이동 하면 위생 상태가 불량해지고,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감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과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공기가 깨끗해지고 인간의 발길이 끊긴 곳에 사는 동물들이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지구상에 인간이 없어진다면 다른 생명체들은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인간이 지구의 암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자 그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환경을 보존해 지속 가능성 위기를 해결하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미생물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보호하고 다양한 생명체와 더불어 사는 길을 도모해야 궁극적으로 인간 역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