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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셔츠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으로 인해 내가 존 스칼지의 팬인 것을 확신했으며, 그러한 사실에 자부심 역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SF‘라는 것을 장르나 형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드셔츠]를 SF 소설이라고 규정한다면, 미래와 우주라는 소재 이외에 어떤 요소를 가지고 SF라는 틀을 지울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레드셔츠]는 그동안 내 무의식 속에서 규정되어 온 SF라는 기준의 바깥 쪽에 서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이 작품을 SF라는 이름으로 묶기 위해서는 SF를 새로운 기준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기준을 정한다기 보다는 ‘넓은 가능성을 시험하는 작품‘을 칭하는 꼬리표 정도로 의미 자체를 바꾸든가.
[레드셔츠]를 읽으면서 시종 웃었다. 장르의 문법(그런게 있었다면)을 비틀고 비꼬고, 경계 밖으로 튀어 나간다. 그런데도 매끄러운 서사는 무너지지 않는다. 작품의 안과 밖, 배경이 되는 시공간을 매끄러운 서사로 넘나든다. 통속소설, 대중소설 작가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그 스스로의 매끄러운 이야기 솜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가 스칼지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건 그런 이야기솜씨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에 대한 것이다. ‘코다‘로 담겨 있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이 예술, 영화, 소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비틀고 있지만 결국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좋다. 비틀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작가가 애정 가득하게 바라보는, 각자 사랑을 듬뿍 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게 어쩐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