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내 주변의 결혼한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어깨가 축 쳐져 풀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일때가 있다. 걱정이 돼서 말을 건네면 10명 중 7~8명은 이렇게 말한다.

 

" 선배 무슨일 있어요? "

" 에휴..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

" 왜요? "

" 진짜 마누라때문에 죽겠다. 글쎄 마누라가.. "

 

이렇게 시작한 푸념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해당 문제뿐만 아니라 평소에 지내면서 쌓여왔던 불만들까지 예의상 물어본 말 한마디가 선배의 눈에 불을 키게 만들었다. 이와 같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고충을 소재로 한 작품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특히 "마누라 죽이기"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남성 독자들에게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좋은 문구라고 생각된다.

 

4명의 남자(니시모토 야스지, 코지 타케오, 카게야마 도시야, 카가와 카즈오)는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그 작품을 공동 집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런식의 작업활동이 꽤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 드라마 비밀의 화원(秘密の花園)에서도 4명의 형제가 모여 한 사람의 만화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작가, 방송작가, 신문기자,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 집필활동을 하게 되는데, 신작을 위해 고민하던 도중 마누라 죽이기라는 소재로 각자 이야기를 써보자는 의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진다.

 

4명의 남자가 집필한 내용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버리는 기묘하고도 황당한 전개를 시작으로 작품이 끝날 때까지 폭풍같은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엔딩 부분에서 약간은 뻔한 결말이 아쉬웠지만 소재, 스토리 전개, 작가의 문장력 등 많은것들이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력 또한 독자들에게 아카가와 지로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큰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한 사람, 그리고 하지 않은 사람. 어느 부류의 사람들이 봐도 그 재미는 반감되지 않을게 확실한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오랜만에 오로지 책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