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라고요, 곰! 책꾸러기 5
프랭크 태슐린 지음, 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그대로, 스토리를 그대로 즐기는 책이 아니라
'생각'을 요하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숲속에 겨울이 와 겨울잠을 자던 사이,
숲이 개발되어 공장부지가 되고 봄이 되어 눈을 뜬 곰에게 주어진 환경은 공장 안이었다.
일을 하라는 공사감독의 말에,
난 곰일 뿐이라고 대답하자, 공사감독에 이어, 과장, 부장, 부사장, 사장에 이르기까지,
'넌 곰이 아니며, 곰이라면 여기 우리들과 있을 리 없고, 곰이라면 동물원이나 서커스에 있었어야 할 것'이라며 곰더러 곰이 아니라고 빡빡 우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듣는 사장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기는 마찬가지.
하여, 곰이 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동물원으로 나서고,

더 기가 찰 노릇은, 동물원 곰들조차도 곰더러 곰이 아니란다.
이유는, 곰이라면 거기 사람들과 함께 서서 자기네들을 구경할 리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

서커스로 간다.

서커스 곰들도 마찬가지로 곰에게 곰이 아니라고 주장.
곰이라면 서커스 단원이 되어 있어야지, 객석에서 자기네들을 구경하고 있을 리 없다는 논리.

그렇게, 곰은 다른 이들의 '곰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따라 곰이 아닌 채, 공장의 노동자가 되어
일을 하게 되고, 일을 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스스로도 자기가 곰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그러다 공장이 망하고, 모두 각기 자기집으로 돌아가게 되자,,곰도 터벅터벅 걸어다니다가
우연히 숲을 만나게 된다. 겨울이 오고 있다. 굴을 발견한 곰,
본능적으로 굴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려다가,,문득?


아차차, 난 곰이 아니지? 하며 굴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다 몸이 꽁꽁 언 채 망설이고
주저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아이와 나, 우리 모녀 모두에게 심각하게 읽힌 책이다.
특히, 나에게.
아이가 뭔가를 실수하거나 잘못할 때마다
야단을 치기 시작하면, 나는 좀 심하게 야단을 치는 편이다.
그때마다 '바보, 멍텅구리'라는 심한 말도 함부로 발사하는 편.
그런 언어들이 얼마나 잘못된 말들인가를 알면서, 또 얼마나 아이 가슴에 상처로 도장찍는 말인지를 알면서도,,종종(1년에 세번정도..^^;) 하곤 하는데,
문제는,
그 1년 두번~세번 정도 발사했던 언어폭력을 아이는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거짓말이던 진실이던,
언어가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느꼈고,
아이는 본능적으로 이 책을 읽고 그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차마 얘기를 꺼내면 아이가 지난 날 나쁜 기억을 떠올릴까 두려워 얘기 꺼내기를 주저했지만
아이의 눈빛을 보니, 이미 느끼고 생각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이가 먼저 입을 연다.
"엄마가 나한테 말 잘 못했던 거, 기억나?"
T.T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해달라 말한 뒤
뽀뽀 백만번쯤 해주고 꼭 끌어안고 잤다.
가스나...

암튼, 나 어릴 적 떠올려봐도 6살부터는 모두 기억이 난다.
아이도 모두 기억하리라. 커서까지도.
내년엔 남들 흔히 말하는 미운 일곱살.
엄할 땐 엄하더라도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일관하는 엄마로
무사히 내년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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