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여백(여백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2년 반에 상면한 그녀는 핼쓱한 몰골로 억지웃음을 웃어 보인다.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낡은 환풍기 소음 같은  비행기 날개짓을 의지한 채  왔을 터인데  핏기 없는 당신의 몰골을 딸의 가슴에 묶기 싫으셨던지 이미 반원에 묻히셨다.

말라비틀어진 눈물 한 방울 시원하게 쏟아내지 못 한 채 제 삶의 터전으로 다시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5년 교환사원으로 타국을 향하던 날에 어머니는 시한부 인생이었기에 그녀의 결정엔 이미 예고된 이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3남3녀의 막내딸 위로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구실 못하는 큰 오빠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올케언니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녀의 어머니는 그렇게 차가운 인생을 마감하셨다

 

어머니..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운 말도  엄마다.

정갈한 하얀 한복을 입고 자식들의 나이만큼이나

주름진 손을 다소곳이 부여잡은 표지의 어머니(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보았을 때 내 안의 서러움이 흘러내렸다.

 

말 많고 배고픈 여고시절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그녀의 집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라면을 끓일 양으로 양은 냄비 가득 물을 붓고 들어와 쪽 이불은 덮고 드러누운 수다는 좀처럼 게으른 몸둥이를 일으켜 세울줄 모르고 덜거덕거리는 부엌의 인기척에 깜짝 놀라면 어머니는 어느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식은 밥과 함께 한상 가득 내 오셨다.

울 막내 친구들 많이 먹고..... 힘내서 공부하라는 미끄덩하게 덜 익은 계란 한 덩이 같은 말을 차마 아끼시며 조용한 미소를 지으신다. 

  

미처 입어보지도 못한 모시메리를  포장도 뜯지않은 채 넣어두시고 빛바래 누런 낡은 런닝에 뚫린 구멍만큼이나 시린 가슴을 걸치고 살으셨으리라

  어머니가 떠난 그녀의 삶엔 자폐를 앓는 아이가 형벌처럼 놓여졌고 생의 고비마다 그녀는 오열처럼 어머니를 목놓아 읖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늘 가슴 한 편에 살아있는 어머니를 품고 사는 듯하다. 그녀에게만은 가슴에서만은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영원히! 
by- 현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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