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하모니 - 북극 동물의 삶과 생명의 이야기
윌리엄 프루이트 지음, 이한음 옮김, 윌리엄 베리 그림 / 이다미디어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비키 수트리나Viki Sutrina의 돌에 그려진 야생 동물을 배경으로

와일드 하모니의 책을 찍었습니다.

6th-April-2009

  월간지 '좋은 생각'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생태 화가, 이태수님의 그림이 표지로 쓰여진 책. 동물원에 갇혀 있는 곰이 아닌, 눈빛이 살아 있는 곰의 그림이 근사했다. 무광의 적당한 두께의 표지와 검정색 형압은 촉감만으로도 제목이 읽혀진다. 환경을 위한 재생용지의 속지는 짙은 와인 빛깔의 색지로 책의 내용을 감싸고 있다. 이런 종이로 만든 책은 종이에 손이 베이거나 다칠 위험이 적다.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책이라서 맘에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경외심에 책을 껴안고 다녔다. 책의 내용은 무거운 편이다.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동화는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지금의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지닐 수 있도록 해 줄만큼 신념있는 학자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고전이다. 책을 읽다보면 북극의 대하 드라마를 오랫동안 시청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그만큼 그의 글은 생생하다.) 마치 동물의 왕국을 다큐멘터리로 영화화한 작품을 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안겨 준다. 아주 쉽고 평이한 문체로 쓰여져 있지만, 상당한 깊이의 내용을 담았다.

 
태양 에너지는 수많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식물, 곧 잎과 줄기와 꽃과 열매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초식 동물들은 이 햇빛 에너지의 일부를 고기로 바꾼다.
그리고 육식동물은 초식 동물을 먹음으로써, 햇빛에 들어 있던 에너지 가운데 자기 몫을 챙긴다.
이렇게 태양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을 먹이 사슬이라고 한다. (p.15)

  이미 학교에서 배운 먹이 사슬이지만, 태양 에너지로 자연계를 서술하며 생태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북극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영역과 질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했던 모습이 아주 조화로워 보였다. 온갖 장비로 무장된 군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숲은 자연 속의 조화로 가장 효율적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신비롭고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숲은 고요하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해 왔기에 이젠 숲도 보호대상이 되었다. 개발 제한 보호구역의 숲에서는 커다랗고 위협적인 동물과 군집을 이루며 활동하는 초식동물들을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동물원에 가야만 그러한 희귀한 동물을 구경할 수가 있다. 지난 주에 딸과 함께 동물원에 야외학습을 다녀왔는데, 동물 농장을 재현한 곳에서 나는 악취에 질식 할 것만 같았다. 갖혀진 동물을 구경하는 사람도, 구경거리가 된 동물도 모두 제정신은 아닌 듯 했다. 예전에 동물원의 우리를 탈출한 야생 동물이 세 사람의 생명을 위독하게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갖혀 있다고 해서 야생 동물을 자극하는 사람과 그것을 보고 웃는 구경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갑했다. 동물원의 입장료를 냈다고 해서 마치 동물의 군주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아이러니하다. 우리 인간 역시 너무나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며, 자연의 일부분임을 잊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 책의 번역자가 쓴 서문에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아주 중요한 사건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알래스카 전차 계획Project Chariot, 1958년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 전, 상임의원 시절이었을 때 알래스카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개발을 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이다. 이 계획은 책의 저자, 윌리엄 프루이트의 노력으로 무산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잘 생긴 존 F. 케네디가 그렇게 무식 용감한 사람인 줄 몰랐고,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아서 그 사건을 찾아 보았다. 그러는 과정에 짧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우상시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설마 그런 발상을 했을까하고 의아했지만, 그 기록이 남겨진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기있는 정치가를 무조건 우상하는 맹신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화려하기만 하던 존 F. 케네디의 집안이 왜 몰락을 하고, 존 F 케네디의 재임시절 함께 활동했던 영국의 수상, 처질의 말년이 왜 불행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연을 경외하지 않은 오만한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그에 비하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당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지미 카터가 다시금 새롭게 인식된다. 지미 카터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사람들로부터 받는 존경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누가 뭐래도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가시적인 변화는
처칠 폭포(그랜드 폭포)수력 발전소가 생기면서
래브라도의 중부 지역에 드넓은 침수지가 형성된 것이다.
수많은 작은 댐과 제방이 생기면서 래브라도 중앙의 드넓은 침하 지대는
물이 모이는 집수 지역으로 바뀌었고,
그 물은 지금 메마른 그랜드 폭포 밑에 묻힌 터빈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p.262-263)


  한국의 현 정부가 자연의 질서를 무시한 채, 그 옛날 미국에서도 실패했던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당장의 일자리 창출과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런 것을 알고도 실행한다면 불행을 자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시간에 보다 더 효율적이고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세상을 위하여 더 깊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공부하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케네디처럼 잘 아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처칠처럼 극적인 영웅도 아닌, 인기마저 추락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케네디가와 같은 비극을 초래한다면 얼마나 억울할 노릇이겠는가. 지금의 세상은 정복이 아니라, 소통을 하면서 조화롭게 지내야만 더 잘 살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대열에서 벗어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여전히 춥고 쌀쌀했던 봄날, 밤마다 따뜻한 이불을 덮고, <와일드 하모니Wild Harmony>를 읽었다. 이 책은 '북극 동물의 삶과 생명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낮에 책을 읽다가 유빈이의 눈에 띄여 실랑이를 벌인 끝에 책이 조금 찢겨졌다. 책 표지에 곰이 그려져 있어서 동물을 좋아하는 유빈이에게 책을 빼앗길까봐 밤마다 몰래 조금씩 읽었다. 애 딸린 주부는 맘 편히 책 읽을 시간조차 없을 것이라고는 그 예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책을 읽고, 짬을 내어 책의 리뷰를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조화롭고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라면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현재 북극 지방의 동물들이 직면한 문제들 중에는

생물학이나 야생 동물 관리, 심지어 과학 전반에 속한 것들이 많다.

전문 지식을 동원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아니 적어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를 안다.


문제는 과학자의 지식을 정치가에게 전달하고,

이 지식을 행동과 규제, 집행으로 옮기고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책을 개정하여 더 늘린다면, 아마도 인간 정치라는 세계까지 다루어야 할 것이다.


(와일드 하모니 Wild Harmony, 책의 마지막 페이지)


- 매니토바 위니펙에서

윌리엄 프루이트


 

아주 추운 봄날 동물원으로 야외학습을 갔던 날이었어요.


 

우리는 여전히 추운 날씨였지만,

북극곰에겐 아주 더운 듯 보였습니다.


 

헉헉거리며 걷는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북극곰이 있어야할 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북극이어야겠지요.

야생동물을 보호한다고 동물원을 만드는 행위가 정말 동물을 위한 것일까요?



3년 전에는 추운 시카고의 동물원에 코끼리가 추위에 그만 동사하고 말았답니다.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이 아님에도

상류층의 기부로 링컨 파크의 동물원은 코끼리를 시카고로 데려 왔지요.

결국, 코끼리의 죽음으로 실패했어요.

세상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자연적으로 그대로 두었다면 그럴 일은 없었겠죠.

북극곰의 지친 모습을 바라보면서

거대한 코끼리의 죽음이 떠오르더군요.


 

시카고 시에서 조금 벗어난 개발 제한 구역입니다

숲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인위적인 그 어떤 시설도 없었어요.

구경꾼들로 지친 북극곰은 이런 숲의 환경이 그리웠겠죠.


 

이른 봄, 웅덩이같은 작은 호수는 얼어 있었습니다.

눈과 비가 많이 내렸던 겨울이었어요.


 

숲은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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