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곧바로 다시 읽기로 마음 먹었다.
뭐랄까, 일본판 데미안이란 느낌이 전해지고, 편안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종종 역사나 추리사건말고 이런 일상과 현실을 반영하는 소설을 읽고 싶다.
주인광 꽤나 평행적인 부분도 있어 반가우면서 그가 소설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진 않는다고.
주인공 쓰쿠루가 회상하는 대학교 2학년 시절을 현재에 살아가는 내게 과녁에 명중한 화살마냥 어지러우며 아팠고, 그래서 시원하다. 

 

-----------------------------------------------------------------------------------------

눈에 보이지 않던 단어, 심리, 상황이 눈에 띈다.
그것들이 뇌리에 박혀서 굳이나 뽑아내지 않는다면 이따금 무의식 저편에서 불쑥 끄집어 사용할 것 같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말이다. 
쓰쿠루는 한자로 하면 作으로서 만든다는 이름이다.
그는 실제로 역사를 만드는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그는 고향으로, 머나먼 핀란드로, 때로는 생시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순례를 떠나는데 이름과 직업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함에서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형태와 색채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한 작업이 진행되는 공사 기일이 마친 뒤, 그는 보란듯이 새로운 사람이 된 듯 하다.
자작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만을 남겼지만은.
왜일까. 구체적으로 나랑 평행하는 요소가 많은 주인공이 말이다.
나도 공사 기일을 지켜 찾아올 전철을 환대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 죽음만 생각하던 나날들을 쓰쿠루는 생각해보았다.

나라에서 추방당한 망명자가 이국땅에서 풍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쓸데없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체류 허가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지내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