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

59쪽. '학출'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노동운동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를 능가하는 성실함이었다. 전직 안기부 간부 출신이자, 고문의 배후라는 공공연한 의심을 받는 이에게 칭찬을 받게 하는 것 역시 그의 성실함이다.

 

 성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언제나 소중하게 여겨진 '인간의 덕목'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한때 김문수가 헌신했던 노동운동은 그 같은 '성실성'에도 계급적 이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노동자를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저 '비인간적인 체제'아래에서의 '성실'을 거부한 그들의 가장 큰 무기는 다름 아닌 '스트라이크(파업)'이었다.  

 

 어떤 사회체제건,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길 요구하는 것. 이는 공동체 구성원의 맹목적 성실함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모든 독재자들의 염원이었다. 히틀러, 스탈린과 같이 여기엔 별도의 좌우의 구별도 없었다.

 

 김문수. 한때 그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노동자들의 불성실함'을 투쟁수단으로 요구했을 그는 이제 저 계층구조의 꼭대기에 올라앉아 '오로지 성실함만을, 맹목적인 성실함만을'요구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모범인간으로 우뚝 섰다. 이 마지막 전향의 파괴력이야말로 앞선 두 종류의 전향보다 훨씬 더 깊고 또 오래도록 그 효과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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