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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캐릭터 인물사전
앨런 라자 외 지음, 이순주 옮김 / 뜨인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라고 하지만 여기서의 '세상'은 미국이다. 책의 저자 서문에도 (번역판 10쪽)에도 아예 그렇게 써 있다. "우리는 이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이나 이집트인 같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았다. (중략)우리는 미국 문화에 영향을 준 인물들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메리 타일러 무어 쇼의 메리 리처즈, 아치 벙커, 아모스와 앤디같은 미국 시트콤 주인공들이 여기 나오고 버크 로저스나 앨머 갠트리, 윌리 로먼같은 미국 문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존재들이 여기 나온다. 번역자들이 조금 더 배려심이 있었더라면 이 책의 제목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캐릭터 인물사전>이라고 뽑았어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뽑았어도 책은 잘 팔렸을 것이다. 미국에 대해 궁금한 한국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궁금한 한국 사람보다 많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우스패드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372페이지의 책에 100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머리 비우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에 대한 선행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일일연속극 예고편만큼이나 도대체 뭔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 싶을 수도 있겠다. 미국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미국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의외로 아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내가 이렇게 미국스럽게 살았나 어쩌고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들과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은 왜 이런 캐릭터는 빠졌나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호머 심슨과 바트 심슨이 이 책에는 없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있지만 다쓰베이더는 없다. 미키마우스는 있지만 톰과 제리는 없다. 수퍼맨, 배트맨은 있지만 스파이더맨은 없다. 메리 타일러 무어가 연기한 메리 리처즈는 있지만 빌 코스비가 연기한 닥터 혹스터블과 루실 볼이 연기한 루시 리카르도는 없다. 담배회사의 캐릭터인 말보로맨과 조 카멜은 있지만 패스트푸드 캐릭터인 로날드 맥도날드나 KFC 할아버지, 타코벨 강아지는 없다. 이렇게 따지면 사우스파크의 얼굴 동그란 애들, 너구리 털모자 쓴 데이비 크로켓, 켈로그 호랑이 토니, DC 코믹스에 나온 모든 수퍼히어로 등등 미국의 캐릭터란 캐릭터는 다 나와야 하겠다. 여하튼 읽는 동안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