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중독 - 새것보다 짜릿한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조선희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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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방송국에서 한국고전영화를 틀어주지 않는 이상 고전영화를 보기는 힘들었다. 동네 비디오 가게가 사라진 최근에는 영화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지금은 상암동으로 옮겼지만 전에 예술의 전당에 있었던 영상자료원에 가면 한국 고전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서울의 구조상 교통 문제가 생기면 거기까지 찾아가는 시간이 영화보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한국고전영화들을 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매달 서비스로 공짜 이벤트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고전영화에 대해 리뷰를 하는 블로거도 늘어났다. (특히 '게렉터 블로그' 곽재식씨의 리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고전영화VOD 서비스는 조선희 원장의 재임 시절에 시작되었다. 그 일을 원장 혼자 다 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 책임자가 "원장 조선희"이니 그 점에서 나는 조선희 전 원장에게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 책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조선희 전 원장의 책이다. 직함을 보면 공무원의 기운이 팍팍 뻗치지만 '조선희 원장'은 씨네21 전 편집장 조선희 기자와 동일인이고 소설가 조선희와 동일인이다. 기자, 소설가, 공무원 집단의 수장이라는 저자의 위치에 따라서 글 쓰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글 잘 다루는 글쟁이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전 원장'의 위치에서 썼다. 기자가 되어서 취재를 한 것도 아니고 소설가가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도 아니고 평론가가 되어서 온갖 기발하고 탁월한 해석을 한 것도 아니라 고전영화아카이브와 고전영화VOD서비스를 실현한 영상자료원 원장으로서 한국고전영화에 이런 것들이 볼만한 것들이 있고, 이런 영화는 20세기 말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이런 이물감이 느껴지겠지만 그렇게 보지 말고 이렇게 보면 또 이런 맛이 있으며,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이 영화는 이런 뒷이야기를 통해 어렵게 자료를 확보했으며.......이런 이야기들을 참 담담하게 풀어간다. 기자나 평론가의 문체는 도발적이거나 도전적인 느낌이 있어서 독자에게 뭔가 강요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전 원장'의 문체를 써서 그야말로 독자에게 브리핑하듯 글을 전개한다. 글을 전개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조선희 원장님이 강의도 이런 식으로 하실 수 있다면 조선희 원장님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것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물론 강사료는 그냥 차비 수준이지만........) 이 책에서 다룬 영화와 영화인은 다음과 같다. 이장호 감독, 현대 <춘향전> 異本들, 장선우 감독, 하길종 감독, 일제 시대 친일 영화들과 영화인들, 유현목 감독, 이만희 감독, 임권택 감독, 신상옥 감독,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검열 대본과 상영판 영화, 김기영 감독, 배창호 감독, <월하의 공동묘지>와 도금봉 등이다. 저자는 자신이 기자 시절에 만났던 그분들과의 대화, 주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와 에피소드, 일반 관객일 때의 느낀 점과 영상자료원 원장의 입장이 되어 영화를 다시 봤을 때의 느낀 점에서 나타난 차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보너스는 책 뒷부분의 에필로그이다. '전 원장'께서 정권이 바뀌면서 노무현 정부 산하 문화부 기관장 가운데 마지막까지 임기를 마친 기관장으로서의 소회를 남겼다. 당시 '물갈이' 때의 이야기가 궁금하면 이 부분만 골라 읽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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