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관의 살인 -하 - 완결
사사키 노리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한 때 좋아했던 것들이 여기 모여 있었다. 노리코 사사키, 추리 게임, 기차, 하나에 꽂혀 몰두하는 사람들(또는 오타쿠?). 이 만화의 1권 초반 4분의 1을 읽을 때까지 내가 이런 것들을 여전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두 권 다 읽고 나서 더이상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노리코 사사키 만화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닥터 스쿠르'는 지금도 나의 베스트이다. 나는 지금도 직업으로 연구자를 택한다면 어떻게 살게 되느냐고 묻는 이에게 대체로 심심하게 살게 될 가능성이 높고, 심심한 삶도 나름대로 재미있다며 '닥터 스쿠르'를 읽어 보라고 권하곤 한다. 그리고  '못말리는 간호사'도 아주 재미있게 봤다. 그러다가 '헤븐'에서 흥미를 잃었다. 노리코 사사키가 잘 다루는 캐릭터인 "변화의 여지가 없는 대책 없는 사람들"에 질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월관의 살인'에서는 철도와 기차에 미친 대책 없는 철도광들이 나온다. 철도와 기차에 미쳐서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타쿠는 자신의 관심사 외에는 사람이 죽거나 살거나 상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이 책 첫 권의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권 끝 페이지까지 계속 나오는 메시지이다.

 

한 때 '김전일'시리즈도 거의 다 보던 적이 있었다.  '김전일'시리즈는 일종의 게임이다. 읽고 나면 머리가 시원해지는 게임. 추리물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최근 나는 안양어린이유괴살해사건 이후로 사람 죽는 이야기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다. 누가 죽는다는 것,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김전일'시리즈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가 있던가?)

 

결론적으로 노리코 사사키의 만화를 좋아하거나, 밀실 살인 추리물을 좋아하거나, 기차와 철도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오타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나? 몇 년 전에 읽었더라면 정말 재미있는 만화라며 킹왕짱 강추를 날렸겠지만, 지금은 꿈자리가 사나울까봐, 그리고 자기 관심사에 미쳐서 남이사 죽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는 이상한 인간들 만날까봐 꺼리는 만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거저거 다 떠나서 '재미있는 만화'라는 것은 기록하고자 한다. 나야 손이 떨려서 표지도 들춰보지 못했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도 '재미있는' 만화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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