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재수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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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오, 사랑 루시드

Jake의 선택
만화가 재수님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똘망똘망 다람쥐'(??)의 제작자시란다. 굉장히 귀엽고 임팩트 있는 이모티콘들이 많다. 그 아이디어가 그의 아내에게서 나왔다니... 이 책은 만화가 재수 부부의 시작과 현재를 알콩달콩하고 재미있게 다룬 책이다. 금방 다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지만 한편으로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연애를 하고 있다면). 우선 대부분의 페이지가 3~4컷의 만화이다. 여자친구 혹은 아끼는 지인의 선물로 준다면 받는 사람이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솔로 남자에게는 줘서는 안될 것 같다) 나 역시도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연인 사이를 좀 더 끈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도 그랬지만 출, 퇴근길에 그녀가 미소지을 수 있을 책이다.
 

저자인 만화가 재수님과 와이프의 만남
나는 2011년에 트위터를 처음 시작했다. 트위터는 신기한 곳이었다. 140자를 넘지 않는 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유용한 정보, 통쾌한 일침, 기발한 생각, 섬세한 통찰, 온갖 헛소리와 불만이 뒤범벅되어 몇 초마다 갱신되었다. 나는 주로 온갖 헛소리와 불만들을 올렸다. (중략)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내 쓸모없는 헛소리들에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반응했다. 프로필 사진을 곰 인형으로 한 계정이었다. 그 곰 인형 계정은 블로그를 통해 내 만화를 알게 되었다며 내 팬이라고 했다. 나는 그게 그냥 의례적인 인사치례라고 생각했다. 작업실로 큰 박스가 배달되기 전 까지는.
- p.20


재수님을 위해 차를 산 前 여친(?) 現 아내
책 작업과 웹툰 연재, 이모티콘 작업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게 되어서 한동안 외출이 불가능한 시기가 있었다. 다행히 아내가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부터(아내는 자신의 차를 뿡뿡이라고 부른다) 이전보다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주로 아내가 내가 사는 곳까지 뿡뿡이를 몰고 와서 만났다가 다시 돌아가는 데이트를 반복했다. 문제는 나의 히스테리였다. 나는 작업할 때 지나치게 예민해지는데(지금도...) 며칠 내내 그런 상태로 지내다보니 아내와 만날 때도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내는 뿡뿡이에 나를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예쁜 카페에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 작업만 하다가 몸과 정신에 독이 가득 찰 때쯤 아내가 뿡뿡이를타고 나타나서는 이런 식으로 기분전환을 시켜주었다.
- p.43

그날은 우리가 사귄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상황이 열악했던 나는 선물을 살 돈이 없어서 거대한 쵸코(아내와 함께 살던 고양이)의 등에 올라탄 죠그만 아내를 수채화로 그린 크리스마스카드를 건넸다. 중요한 기념일 선물을 그림으로 때워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것을 받은 아내는 너무 좋아하다가 코가 빨개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처음 보는 아내의 눈물이었다. 아내의 그런 반응에 당황하고 또 당황스러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 p.60


아내는 대장님
언제부턴가 그림 속에서 아내를 지칭할 때 '대장님' 이라고 쓰게 되었다. 실제로 일상에서 '대장님'이라고 호칭하지는 않는다. 그냥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에서 그렇게 되었다. 아내는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고 단호하고 적극적이고 밝은 사람이다. 나는 조목조목 아내와 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아내가 더 건강한 방향이고, 나는 건강한 삶을 지향하기에 대체적으로 아내를 따르고 있다. 그러한 부분이 그림 속에서 '대장님'이라는 지칭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 게 아닐까? 연애 기간동안에도 대장 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차를 산다거나(차를 사다니!), 연애고자였던 나의 엉망진창 매너와 언어생활을 하나하나 바로잡아준다거나(사람을 고쳐 쓰다니!), 데이트 비용을 스스럼없이 다 낸다거나(내가 먼저 내려고 했는데!), 박력있게 결혼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거나(내가 먼저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아내는 대부분의 상황을 리드했고 나는 리드당하는 것에 든든함을 느꼈던 것 같다,
- p.117~118


꽃밭을 일구는 사람
루시드폴의 <오, 사랑>이라는 곡의 노랫말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만 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중략) 외로움을 많이 타던 나에게 외로움과 대면할 때마다 되새기는 생산적이고 정갈한 지침이 되었다. (중략) 아내는 나를 만나기 이전부터 꾸준히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만화, 게임, 드라마, 소설 등등 여러 분야의 창작물을 열성적으로 즐기고 또 소비했다. 특히 만화를 좋아했기에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내 예전 작품들을 인상적으로 본 뒤 내 SNS 계정을 찾아 팔로우 하고 나에 대한 덕질을 시작했다. (중략)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아내가 일구던 아내만의 꽃밭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나의 꽃밭과 아내의 꽃밭의 접점이 생겼고 꽃밭 주인들의 교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서로의 꽃밭은 서로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확장하는 중이다.
- p.194


귀여움이 다 이긴다
이 이모티콘 캐릭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중략) '귀여움'에 대해 아내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고 새겨들었다. "이게 왜 귀여워?"라고 물으면 "이게 귀여운거야!"라는 학습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을 고스란히 그림에 반영했더니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즐겁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게도 귀여움에 반응하는 감각이 생긴 것인지 귀여운 것을 보면 아내와 함께 열광한다.
-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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