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지혜 -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나는
이 책의 소개를 접하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잡고나서 내가 궁금해했던 내용이 맞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책에 빠져들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학생시절 꼭 읽어야 할 필독도서에 포함되어 있던
'안네의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당시에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몇 날 몇일을 눈물흘리며 안네에게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썼던 적이 있었다.
전에도 지금도 유대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와서,
세계인이 칭송하는 탈무드조차 정독한 적 없는 내가
새삼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하게되었다.
이 책은 책의 표지에도 씌어있듯이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헤르츠좀머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그 자체이다.
본래는 알리스 할머니라고 적혀있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가 노인이라는것에 동의하지 않을것이므로 임의대로 정정한다.
여전히 인생이 고맙다고, 인생이 선물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부드럽고 은유적으로
나태하고 부정적인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꾸짖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빠져 나오고 싶지않은 마음에
나는 이책을 다 읽은 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 읽는 때와는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
108세인 알리스는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최고령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생존자이다.
또한 이책을 읽은 후 내가 그녀에게 받은 인상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녀를 그저 고령의 피아니스트나,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기억되도록 두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 한 것인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모자랄 듯 하다.
누구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그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또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주고싶다.
실제로 그녀는 테레진 수용소에서 해방된 뒤,
본인이 유대인 난민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그로 인한 혜택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그 뜻이 존중되어지길 바란다.
그래야만 그녀의 인생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또렷히 지속되리라 믿는다.
1903년 11월 26일 프라하에서 태어난 그녀는
부모에 의해 '품위 있는 부류'라는 뜻을 가진 '알리스'라는 이름을 갖게되었다.
아버지는 성공한 상인이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어머니는 유명한 화가나 작가들과 교류했다고 적혀있다.
그녀는 안전하고 평온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그런 환경속에서 자라왔다고 한다.
어머니의 폭넓은 대인관계 뿐 아니라,
어머니 자신이 가진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해박한 지식이 알리스에게 영감을 주어,
알리스는 어린 나이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알리스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 기르고, 예술가로서도 인정받던 그 때에
세상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알리스의 어머니인 소피가 먼저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1943년 7월,알리스와 알리스의 남편, 그리고 여섯살인 아들 라파엘이 테레진 수용소로 추방된다는 통고를 받게된다.
테레진 수용소는 아우슈비츠를 비롯,
동유럽 전역에 있는 나치 학살장으로 보내지는 환승역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곳에 있는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곳의 음악가들은 공포와 결핍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연주했고,
배우들은 연기했으며, 교수들은 강의했다.
화가들은 종이쪽지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당장 오늘이, 어쩌면 내일 아침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준다는것이 나는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고,
그녀 역시 동료 수감자들을 위해 백 회 이상 연주했으며,
수용소의 어린이들에겐 비밀리에 피아노 교습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서평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너무도 많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본문에 대한 내용을 생략하고자 한다.
[백년의 지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오래도록 대화하고 촬영하면서 인터뷰한 알리스의 회고담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녀는 어머니와 남편, 많은 친구들까지 나치의 손에 잃게된 후
아들과 생존해 1949년 아들과 이스라엘로 이주하게 된다.
여든이 넘어서는 런던에서 첼로교수로 일하고 있는 아들의 곁에서 살기위해 다시 터전을 옮기지만
아들의 돌연사로 인해 또 다시 불행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지금 혼자다.
그러나 혼자라는 말보다 그녀는 독립적이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음악이 있기에
그녀는 정신적으로 누구보다도 풍요롭다고 말한다.
이 책을 덮으면서 그녀가 손닿기 쉽도록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두었다던
[어제의 세계] - (오스트리아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처럼,
[백년의 지혜]역시 늘 손에 닿기 쉬운곳에 보관하며 두고두고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풍부한 영감이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에게 크나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자그마한 책 한권에
그녀의 삶과 철학과 음악이 담겨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삶에 감사하 듯, 나 역시 아침에 눈을 떠 살아지는 오늘과 내일들을 사랑하고 감사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지은 캐롤라인 스토신저 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인상깊은 구절*

<21p>
"물론 끔찍한 일이었지만 왜 그렇게 충격을 받지요?
선사 시대부터 쭉 좋고 나쁜 일이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일을 어떻게 다루느냐, 어떻게 반응하느냐지요."

<26p>
"지혜로운 사람은 갖지 않은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가진 것에 기뻐하지요."

<74p>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연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마토'에서 나왔고,
많은 이에게 음악은 가장 대단한 연애였다.

<79p>
그날 모인 손님 중 생존자는 알리스 한 명이다.
-이 문장은 문장 자체로는 인상깊다고 할 수 없으나
본문을 읽어보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103p>
'만약'은 그녀의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121p>
"음악이 없으면 인생은 실수가 될 것이다." 라는 니체의 글귀를 상기시킨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갖게되면 꼭 이 책을 태교용으로 다시 읽을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 글을 읽을 줄 알게되면,
나란히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이 책을 함께 읽을것이다.
새삼 [백년의 지혜]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얼마나 잘 지어진 것인지 생각하면서 서평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