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뤘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챌린지 앱의 도움을 이렇게 받는구나.
0-1. 연달아 실망하다 도착한 책의 제목과 내용을 보고 마음이 갔다. 문제는 평균 이하로 떨어진 독서 속도였다. 하지만 읽었고, 이렇게 쓴다.
1. 1988년 일본 이토시 사가미 해안에서 34세 여성 진노 유카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총 세 장으로 구성된 소설이 시작된다. 그녀들의 사정, 그녀들의 거짓말, 그리고 그녀들의 비밀. 대기업 홍보과에 다니고 있는 독신 마유미와 뉴스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유카리의 시점이 빠르게 오간다. 접점이랄 게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삶이 나열되다 갑자기 진노 도모아키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마유미에게는 대학 선배, 유카리에게는 남편이다. 마유미는 도모아키가 대학 시절 벌인 범죄의 목격자였지만, 괜찮은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가 늘어놓는 변명에 넘어간다. 도모아키가 결혼한 줄 몰랐던 마유미는 결혼을 전제로 그와 교제를 시작한다. 반면 유카리는 그와 결혼한 지 8년 차지만 시부모의 아이 압박, 그리고 남편의 무관심에 지쳐가다 우연히 금전적인 걱정 없이 혼자 사는 미도리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위치가 가족이 아닌 하인임을 깨닫지만, 오랜만에 전화한 친정 식구와의 단절감에 자신이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1장에서는 도모아키가 유부남임을 알게 된 마유미와 결혼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남편이 외도한다는 사실을 안 유카리의 만남을 시사하며 끝난다. 2장과 3장에서는 유카리의 실종과 죽음 이후를 다룬다. 2장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무대 위에 오른다. 바로 형사 구마자와 리코다.
책 제목을 잊지 않았다면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한 전개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찜찜함이 남는다. 작가는 정말 독자에게 모든 사실을 다 보여줬을까? 몇 년 전까지만 이런 류의 소설에 법칙이 있었다. 예측 가능한 전개, 반전, 그리고 범인 검거와 나름의 교훈을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법칙을 빗나간다. 그들은 어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범죄에 가담한 게 아니었다. 각각의 뚜렷한 욕망이 존재했고, 그 욕망은 사건과 관계된 일이 해결되고 나서도 형태만 달리했을 뿐,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것들이 정상적이지 않아 보일지라도, 작가는 그 심리와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후 결말부에 강렬한 한 문장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