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우름 42
김경일 지음 / 샘터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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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 내내 급변하는 교육 과정을 온몸을 맞으며, 창의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창의 인재란,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천재였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고, 사회가 창의 인재를 위해 제공했던 수많은 혜택들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 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이 가진 창의 사고를 꺼내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이라기보다는 창의 인재가 될만한 재목을 고르고, 그 재목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끔찍한 차별은 과학반에 관한 기억이다. 내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선택했던 유일한 이유였던 과학 동아리는 내가 입학하기 바로 직전 어른들의 비리로 학교 내 동아리 폐지라는 끔찍한 사단을 이유로 사라졌다. 나는 우리 학교에 동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고 성적을 올리면서 나는 지금까지 보통 학생들에게 숨겨졌던 과학반의 비밀을 알게 됐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만 뽑아 운영되는 과학반, 그들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참가 기회조차 알려지지 못한 수많은 과학 대회에 최우선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과학논술 대회를 직접 찾아보고, 참여를 위해서는 담당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말에 과학부를 찾아가 겨우 선생님 이름만 빌릴 수 있었던 나와는 전혀 다른 기회. 내가 조금만 더 용감하고 정의로웠다면 그들을 고발했겠지만, 그때 나는 그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배웠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싶다면 당연히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그런 차별 속에서 나는 내가 창의력이 없는 사람이라 믿게 됐고, 내가 용기를 낸다면 도전했을 수많은 기회를 잃었다.


어른이 되고 인권에 대해 배우며, 그때 내가 당했던 것이 차별임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종종 창의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변명처럼 늘어놓곤 했는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작가의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을 읽으면서 창의성이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마다 꺼내놓는 방법을 아는지, 모르는지의 차이라 생각이 단순히 앎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닫혀있던 편견이라는 문을 열고 마음 한가운데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됐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알고 있어요. 걸을 때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 일단 무작정 걷겠죠? 목욕을 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 사람은 목욕부터 할 거예요. 이처럼 창의력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없다, 창의적인 상황이 있을 뿐


내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환경일까, 지금까지 내가 써온 수많은 글들, 그리고 그 글들이 쓰인 장소와 시간을 되짚어보며 훗날 내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나는 창의성이 떨어지는, 혹은 창의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했던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까지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개개인의 자신의 숨어있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읽을 만큼 얇고 가볍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설명을 위해 다양한 예시 중에 저자와 딸아이의 만 사천 원짜리 풍선 에피소드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 남는데, 아무래도 사회의 때가 묻은 이라면 누구든 씁쓸한 공감을 할 에피소드라 그런가 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던 만 사천 원짜리 풍선.













* 본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14기 활동의 기록으로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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