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8
앙리 바르뷔스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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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 눈으로 들어와서 나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 내가 들여다볼수록 어둠은 내 눈을 더욱 아프게 했다.
오랫동안 그 어둠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지만, 나보다 훨씬 강한 그 어둠이 나를 삼켜버린다.

내 눈앞에 온통 죽어 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죽고 지금 내가 살아남았지만, 그 망각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고, 그러고는 나를 압도했으며, 살아있다는 비애가 나를 망쳐놓았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감미로운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금 전에 내가 꿈꾸었던 그 평온에 대한 몽상도 다만 나와는 인연이 멀기 때문에 나를 흥분시키고 나를 유혹한 것이다.

낙원이란 실재하지 않으며, 지옥도 없고 다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생의 열광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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