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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이주, 왜 고국을 떠날까? - 책가방문고 23 ㅣ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4
루스 윌슨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설동훈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최근 초등생인 아들의 교과서를 보고 경악했다.
5학년 사회 교과서에 한 단원은 "경제"에 대해 할애를 했고, 그 흐름에 우리나라의 쓰린 기억 중 하나인 IMF가 있었다. 상당히 간단하게 다뤄진 IMF에 대해 간결하게 표로 정리한 내용은 IMF의 주된 원인이 '국민들의 사치',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감소'때문이라는 것이였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수업시간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또 그 내용에 대해 다시 얘기할 기회를 짧게나마 가졌지만, 국영수라는 주요과목에 묻혀 우리 교육이 사회나 역사 등 제대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어른들이 지나치게 무관심하거나 왜곡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전국사회교사모임에서 번역하는 "세더잘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현재 첫 번째 "공정무역"에 관한 책부터 시작해서 최근 "이주"에 대한 책까지 발간되었다. 앞으로 시리즈가 얼마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주제별로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기에 꽤 괜찮은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초등고학년이상의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부터, 인류 이주의 역사, 이주 현상 등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서 현대까지 정치적 이유, 전쟁, 종교, 가난 등의 이유로 이주를 하는 사람, 그리고 난민에 대해 설명해 주고, 이주에 대한 정부의 시각, 이주자를 바라보는 토착민의 시각, 또 그 외 세계기구들의 시각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이주하면 이민을 떠올린다. 작년에 아이의 반 친구도 이민을 갔다.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듣지 않아 모르겠으나 교육 등과 맞물려 갔을 것이다. 그 외 주변의 지인들도 꽤 많이 이민을 갔다.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외국인과의 결혼, 자녀의 교육, 해외 현지에서의 취업, 덜 경쟁적인 사회에서의 삶 등. 하지만 이렇게 법적인 서류를 다 갖추어 다른 나라로 본인이 원해서 가는 이민이 전 세계의 "이주"의 몇 프로나 차지할런지...
번역된 책이라 우리나라의 이주의 역사에 대해 거의 나와 있지 않은 점이 안타깝지만 우리네 이주의 역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요된 슬픈 기억이 꽤 있다. 가까이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1960~70년 즈음에 광부, 간호사, 건설노동자 등 대거 인력 수출을 했고, 20세기 초 하와이 등의 사탕수수밭으로 노예처럼 채찍까지 맞아가며 일한 노동 인력 이주도 있었다. 그 외 일제치하의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중국, 러시아 등지로 간 동포도 있다.
이러한 역사는 비단 과거의 일, 식민지, 전쟁 등의 상황에 처한 과거의 역사만은 아니다. 현재도 지독히도 힘든 가난 혹은 전쟁,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이주하고 망명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이 책 뒷부분에 보여지는 1997 ~ 2004 사이 전쟁 중인 국가를 표시한 세계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이주하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 그 열악한 환경에 대해 얘기를 들었던 것이 94~95년 정도 되니, 그 이전부터 꽤 많은 인력이 들어왔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가 가난을 피해, 또 노동의 기회를 찾아 일본이나 그 외 국가로 이주했을때도, 그 나라에서 힘들어 피하는 저급노동자로 지냈던 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적은 임금으로 - 때로는 이 또한 체불도 허다하다 - 3D업종에 종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넉넉한 일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임금으로도 똑같은 일을 한다면 고용주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요구하는 토착민보다 이주노동자를 채용할 것이다.
10대들이 한번쯤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 이주노동자로 일어나는 이러한 세계적인 현상을 놓고, 과연 이주노동자(외국인노동자)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인지에 대해 또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이주 노동자 노동착취가 빚은 현실을 생각할 기회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것하나 옳다 그르다라는 정답을 주진 않는다. 이주자의 입장, 정책을 세우는 입장 등 다각도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고민은 이 책을 읽는 자에게 남겨두고 있다.
* 전 세계 이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았다.
다양한 형태의 이주를 이야기할 때 그에 해당하는 사례를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