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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십팔사략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부끄럽지만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중국역사와 <삼국지>, 세계사에 단편적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 외에는 동양 역사의 주축이라고 하는 중국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중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오만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긴 역사와 늘 맞물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서관 한 켠에 꽂혀져 있는 이 만화 <십팔사략>을 그 전부터 대출받고자 갈 때마다 빌릴 수가 없었다. 10권의 시리즈 중 앞 권은 늘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한 책 표지는 역사책란에 꽂혀져 있는 다른 역사책에 비해 수 많은 사람의 손이 탔음을 말해주었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빌려 읽기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이 책을 '예약"까지 하면서 봐야하나 하는 생각에 몇 번을 지나쳐갔다. 도서관에서 찾아본 지 반년이나 훌쩍 지나가 버린 뒤, 갈 때마다 비어있는 앞의 부분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사서 볼까하는 고민을 할 즈음 도서관 책꽂이에 전권이 꽂혀있어 빌릴 수 있는 최대권수를 채워 들고 왔다.
긴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의 단군이야기처럼 중국 신화이고 이 책의 끝은 10권의 남북송시대까지이다. <십팔사략>은 18가지의 역사책을 요약한 책이라 한다. 18개의 역사를 압축한 것을 다시 또 고우영의 만화로 압축 재생산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쉬운 것은 저자 증선지가 송나라 사람이라 송의 멸망 이후의 역사가 없다. 즉, 남북송시대 이후의 원-명-청의 역사를 이 책에선 볼 수 없다.
현대와 가장 가까운 원-명-청의 역사를 이 책에서 읽을 순 없지만, 나뉘고 갈리고 합치고 또 다시 나뉘고 합쳐지는 복잡한 중국 역사 입문을 이 10권을 통해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박수치고 싶은 점은 원작을 지면으로만 접하고 내용을 만화로 옮긴 것이 아니라 고우영 화백이 직접 중국 역사 현지를 답사까지 하면서 이 10권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간만에 만화책을 열독을 하고 있는 엄마곁에 있다가 초딩 6학년 아들래미도 따라 읽었는데, 내심 걱정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배신과 또 여인네들과 얽히고 설킨 베갯머리송사 등이었다. (많이 들어 알다피시 당 현종이 사랑에 폭 빠져 이성(?)을 상실케 한 양귀비는 현종의 며느리 아닌가. 뭐, 치마폭에 폭 빠질 땐 언제고 현종 자신이 살기 위해 양귀비를 버렸으나...)
역시나 다 읽고난 뒤 초딩 6학년 아들입에선, 재밌었으나 어른들의 배신과 여자들과의 관계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단다. 성인들은 왜 이럴 수 밖에 없는지.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을 뺏을 수 없어 그냥 뒀지만, 연령은 가능한 중학생 이상이 맞지 싶다.
올 컬러가 제작되고 있다는데, 올 컬러 10권이 나오면 집에 사둘까 하는 고민마저 들게 한다.
살까? 말까?
(꼭지 : 더 읽어볼 책 <사기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