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합본 특별판)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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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두 권으로 쪼개진 판본으로 읽었고, 오늘 한 권으로 합본된 이 작품을 10년만에 다시 완독했다.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다. 내 나이 쉰을 넘겼지만 소설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은 <바람의 그림자> 같은 작품이 주는 독서의 즐거움 때문이다. 별세한 이 작품의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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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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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플롯의 효과적인 응집으로 스토리가 완성된다. 뮈소의 이 작품은 내가 읽은 뮈소의 소설중에서 플롯의 빌드업이 가장 잘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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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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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읽었고, 최근 다시 읽었다. 깊은 감동을 느꼈다. <오후의 이자벨>은 불륜의 외피를 두른 멜로지만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 풍화되어가는 우리 인생에서 사랑이 필요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글프게 사라지는 인생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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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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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매우 재밌게 읽었다. 루이즈, 안젤리크, 마티아스 이 세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교직된 플롯은 다소 복잡하지만 에피소드가 흥미로워 가독성과 훈훈한 엔딩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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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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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고작 280쪽에 불과한 김훈의 신작 하얼빈을 읽었다. 이 소설은 이등박문이 명치 일왕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망원경에 제 눈을 들이대고 안중근, 이등박문, 우덕순, 김아려, 빌렘신부, 뮈텔주교 등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원거리에서 들여다본다. 작가는 결코 안중근의 행위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여 치열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소설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행위에 민족사적 의미와 주제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분명 맛있지만 영양은 전혀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이게 그동안 김훈의 소설들을 읽은 나의 일관적인 독후감이다. 김훈은 소설을 쓸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든 전지적 작가 시점이든, 캐릭터 속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빙의하지만 캐릭터의 내면에서 아무것도 건져올리진 않는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쓴 <칼의 노래>, 병자호란 당시 인조를 중심에 두고 항전과 항복을 다투는 대신 간의 갈등을 다룬 <남한산성>이 그러한데 <하얼빈>에서도 반복된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든, 상황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구축하든 이야기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그 때문에 글을 짓는다. 김훈의 소설에는 그게 없다. 작의도 없고 주제도 없다. 그저 비장한 언어와 허무에 빠진 문체 뿐이다. 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나 빈곤했으면 15000쪽이 넘는 안중근 공식 자료집을 참고하고 쓴 결과물이 고작 280페이지에 불과하다. 도대체 읽을 게 없다.


극우적 정치성향에 남근중심주의자인 소설가 이문열은 내가 혐오하는 작가다. 그러나 이문열이 소설을 지을 때 주제의식과 상상력 만큼은 풍요롭게 전개한다는 걸 나는 인정한다. 이문열이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소설 <불멸>을 읽어보라. 800쪽에 이르는 서사에서 독자는 불모의 역사 속에서 안중근 의사가 고민한 행로를 공유하게 된다. 소설이란 바로 그런 거다. 김훈은 소설가가 아니다. 그저'갬성'적 문장을 잘 쓰는 수필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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