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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완역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형규 옮김 / 누멘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그냥 방어했을 뿐이다.
3년 전에 나는,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앞으로 10년간 새해 첫달에는 <카라마조프가 형제(통칭)>를 읽는다.”라고 느닷없이 선언했다. 그리하여 재작년에 민음사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작년에 열린책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그리고 올해는 누멘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었다.
하지만 올해는 약속을 지켰다기보다는 그냥 방어했다는 표현이 옳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작품에 새겨놓은 서사와 플롯과 문체를 두 번이나 체험했기에 이번에는 정독하지 않고, 다른 책을 읽는 도중에 책갈피를 끼우듯 틈틈이 읽었다.
물론 작가가 이 작품에서 추구하는 세계를 맛보았는가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 완역본으로 세 번 읽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이 작품의 서사는 우주적인 규모다. 캐릭터도 다양하고 그들이 엮인 스토리의 시퀀스 또한 다체롭다. 에피소드 하나가 그 자체로 완결된 단편소설이거나 중편소설이다. 출판사는 다르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번역본)을 되풀이해 읽다 보니까, 작가가 이 작품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백분율로 봤을 때, 이해의 수치는 약 40퍼센트까지 치솟았다고 믿는다. 아마도 내년이면 조금 더 올라가겠지(그러길 몹시 바라고 있다).
금년에 박형규 씨의 번역으로 읽은 누멘 본은, 민음사 본과 열린책들 본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읽었다. 문장은 매우 깔밋했다. 페이지 하단에 각주를 어지럽게 달지 않고도 독자가 책을 읽다가 의문이 드는 문장에 적절한 길이의 주석을 달았다. 따라서 누멘 출간본은 보다 더 쉽게 까라마조프가의 난폭한 세계로 독자를 이끌고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