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를 알게 된 것은 2008년이었다. 나는 범죄소설 매니아고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우연히 읽었다. 다 읽기도 전에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국내 번역된 그의 작품을 모조리 사서 읽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소설은 모두 아홉 작품이다. <루팡의 소식> <사라진 이틀> <클라이즈머 하이>만 장편이고 나머지는 숏 스토리보다 조금 긴 단편의 모음이다.

 

 <카오>는 플롯이 독특한 작품이다.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표제작을 포함 단편소설 다섯 편을 수록하고 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된 주제와 소재를 다루지만 메인 캐릭터(미즈노/여자경찰)는 다섯 개의 단편소설에 모두 등장한다. 그러므로 시리즈로 연결되는 작품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스토리 형식은 TV드라마(미니시리즈)에서 사용한다. 국내 TV에 방영했던 수사반장을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코쿠센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마 유키에 주연으로 2003년도에 후지계 TV드라마로 방영되었다(케츠구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

 

 <카오>를 포함하여 요코야마 씨의 작품은 성격상 엔터테인먼트소설분류되는 경찰소설이다. 우리가 보통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떠올릴 때 대체로 잔인한 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로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요코야마 씨가 다루는 이야기의 핵심은 갈등이다. 형사와 범죄자의 갈등(대결)을 다루지만 대부분 하급경찰과 상급자와 갈등, 경찰 개인과 조직(시스탬)과의 갈등을 다뤘다관료제 시스템 속에서 시달리는 군상들(특히 회사인)이라면 이 작품에 쉽게 이끌릴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가벼운 운동 후에 마시는 새원한 맥주 한 잔이다. 때로는 고독하게 문학 작품을 읽어 내는 게 아니라,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성을 따지는 건 넌센스다. 영양가를 따지며 맥도날드에서 세트메뉴를 고르는 짓이다. 엔터에인먼트 소설은 문학성을 떠나 읽은 즐거움으로 제 몫을 다하고 그것만으로 구매할 가치는 충분하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보는 방법이 있다. 퇴근 후에 카우치에 앉아서 살짝 얼린 맥주(카프리'나 카스'를 권해 본다!)를 마시면서 읽는 거다. 내가 나오키상 수상작이나 400페이지 안쪽의 일본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읽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맛? 끝내줘요!

 

사족...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를 노동의 크기로 보았다. 그리고 노동은 노동자가 상품을 만드는 데 투여한 시간으로 측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 가치는 교환가치다. 교환가치는 상품의 양적 속성이다. 인간의 욕구가 거세되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상각)한다.

 반면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에서 얻는 가치는 사용가치. 사용가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케 하는 질적 속성이다. 사용가치는 노동과 시간으로 가치의 크기를 계측할 수 없다. 한 작품을 두 번 읽었다고 해서 처음 읽을 때보다 즐거움이 줄어들지 않는다. 외려 배로 상승하는 게 압도적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책 사는 데 인색하다. 책 사는 것을 헛돈 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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