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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어제,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
화나고 서글프고 어이없고, 읽는 도중에 다양한 감정이 내 속에서 파도쳤다. 내가 이따위 나라에 살고 있었구나. 회사이익을 가로채 부정 축재하는 이건희의 황제경영에 분노했다. 회사보다 이건희 부자를 우선하는 삼성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화가 났다. 그리고 이자들의 배임행위에 한몫 거드는 검찰·법원·언론의 반국민적 행위에 증오를 느꼈다.
우리는 삼성이 이건희의 소유라 믿는다. 의심하지 않고 상식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상법)은 '주주'의 것이라 한다. 몫은 작아도 주식회사 삼성전자는 주식을 가진 내가 주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국가를 만든, 법을 무시한다. 범죄행위를 보고도 심정적으로 범죄자를 편든다. 이건희가 얼굴 찡그리면 우리는 불안하고 웃으면 안심한다.
언제부턴가 이 나라는 이렇게 나약해 졌다. 돈있고 힘있는 자의 우산아래 있는 게 편해졌다. 진실은 모른 채 혹은 고개 돌린 채 다만 이 나라에 돈을 벌어준다는 이유로 이건희의 신민으로 살아가는 데 만족하고 긍지마저 느낀다.
과거, 김일성이 '인민'를 무시하고 국가권력을 제 맘대로 자기 아들에게 물려줬을 때 우리는 분노했고 비난했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주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주식회사 삼성은 주주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마치 <삼성을 고발한다>처럼 읽혔다. 백여 년 전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한 프랑스 작가 에밀졸라가 말이 겹친다. <나는 고발한다>.
3년전 김변호사의 양심선언 후 그에게 쏟아낸 우리 사회의 증오를 나는 기억한다. 심정적으로 나도 가담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김용철 변호사가 왜 제발로 삼성을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리고 세상에 이건희를 고발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삼성에 좋은 것은 과연 이 나라에도 좋은가?
그렇다,고 대답할지라도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이 나라에 좋은 삼성이 부패부정해도 좋은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이 나라는 단숨에 불투명해지고 시민으로서 우리의 존재는 모호해진다. 그러면 우리는 이 나라에 내 미래를 의탁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렇다’라는 대답해서는 안 된다. 설령 삼성이 무너지고 그리하여 이 나라가 망할지라도 반드시 정의는 세워야 한다. 김용철의 양심 선언은 그래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돈과 인맥을 가진 이들이 마구 횡포를 부릴 때 약자가 기댈 곳은 결국 법과 상식 뿐이다. 법과 상식마저 무너지면, 돈 인맥 명성 정보 힘이 모두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다."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