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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ㅣ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평점 :
『잃어버린 사랑』
엘레네 페란테 ㅣ 한길사
강경수 작가의 그림책 중에 [엄마]라는 작품이 있다. '엄마'라는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인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에 의해서 단어의 느낌이 달라진다. '엄마'라는 존재는 모든 개인에게 있어 다층적으로 기억된다. 그런 중요한 존재가 엄마로써의 자신과, 사회 속 여성으로써의 자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이 작품 『잃어버린 사랑』은 보여준다.
갈등하고 고민하는 엄마 '레다'의 모습은 '갈등'하고 '고민' 하기에 나에게는 더 인간적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누군가를 책임지고 양육하기에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 대상이 타인이기에 참을 수 없어하는 자신의 모습에 '갈등' 한다. 나또한 그러했다.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된 딸들로 인해 홀로 휴양지를 찾게 된 레다는 그곳에서 니나라는 아름다운 젊은 엄마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레다는 니나와 그녀의 딸 엘레나가 인형 놀이하는 광경을 보며 어린 시절의 자신의 두 딸과 자신, 그리고 자신의 엄마를 떠올린다. 왁자지껄한 나폴리 가족의 일원인 니나와 그녀의 딸 엘레나의 사랑스러운 관계는 엘레나의 인형 '나니'가 사라지며 틈이 생기고, 니나는 홀로 휴양지를 즐기는 듯한 레다를 동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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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머물며 책을 읽는 척 했지만 사실 레다는 대가족 속에서 평온해 보이는 젊은 엄마 니나를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낀다.(p.25) 니나는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으며, 어머니로서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의 모습 까지도 여유롭고 특별해 보였다. 그런 엄마로써의 안정적인 니나의 모습을 보며 레다는 자신과 형제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떠나버리겠다고 위협만하고 단 한번도 떠난 적 없던 엄마(p.29)와 자식을 불안의 근원으로 여기며 책임져야함을 부담스러워했던(p.69)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자신이 자신의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힘겨워하듯 자신의 딸들에게 자신이 준, 혹은 주었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상처들을 생각하면 또다시 레다는 힘겹다.
레다는 자식을 불안의 근원이라 말한다.(p.67) 불안은 인간을 약하게도 만들지만, 또한 인간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불안하기에 더 조심하고, 노력하고,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다의 말처럼 자식은 여러모로 부모를 피폐하게 만드는 불안의 대상이다. 너무 사랑해서, 너무 버거워서, 너무 타인이라서 말이다. 그런데 그 불안의 요소를 잔뜩 지닌 자식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결과는 온전히 부모의 책임이기에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딸들을 부담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젊은 날의 자신과는 다르게 니나가 세심하고 부드러우며 게다가 평온해보이기 까지 해서 레다는 그녀가 부럽다 못해 밉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된 여성들은 알았을까? 엄마가 이리도 어렵고 힘겨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특히나 무언가를 잘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힘겹다. 나에게는 '책임감' 이라는 것이 엄마로써 가장 힘들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선택이 한 아이의 인생에 끼치게 될 영향을 생각하면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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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마지막 문장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마지막 문장 "엄마는 죽었지만 잘 지낸단다." 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레다는 이제 '엄마' 라는 책임감으로 불안 가득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낸다. 그러므로 지금의 레다는 엄마가 아닌 모습으로 잘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왜 한국 제목은 '잃어버린 사랑' 이 된 것일까? 원제는 ' The Lost Daughter' 인데 왜 '딸'이 '사랑'으로 바뀐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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