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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평점 :
『딩』
문진영 ㅣ 현대문학 ㅣ PIN046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고래는 대중에게 특별한 동물이 되었다. 그래서 일까? 5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으며 각 챕터마다 중심인물과 시점이 바뀌는 이 작품 『딩』의 인물들이 '고래'와 관련된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고래가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작품 표지의 동물은 고래가 아니라 자신의 꼬리를 물기위해 빙빙 돌고 있는 듯한 '뱀'이라니 요상하다. 게다가 물기를 가득 머금고 뚝뚝 흘리고 있는 모습과 웃는 듯한 표정은 기괴하기도 하다.
작은 어촌마을이 고향인 '지원'은 서먹하게 지내던 아버지가 돌아신 후 장례를 치르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그녀에게는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공간인 이곳에서, 엄마를 도와 모텔과 호프집을 운영하는 지원의 어릴 적 친구 '주미'는 여전히 그리고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다. 주미가 운영하는 모텔에 장기 투숙 중인 '재인'은 하와이에서 왔다. 그녀가 묵고 있는 401호는 서핑을 좋아했던 그녀의 애인 P가 목을 매 자살한 공간이다. 재인의 한 끼를 매일 해결해주는 모텔 앞 포장마차 주인 '영식'은 아픔으로 생긴 무기력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영식의 룸메트가 된 외국인 노동자 '쑤언'은 조업을 나갔다 홀로 '고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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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 작품은 작은 어촌 마을의 모텔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다섯 명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모두 각자 자신만의 상처가 있으나, 모두 서로의 상처를 묻지도, 어설프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 각자가 서로에게 행하는 조용하지만 힘이 되는 '다정한 침묵' (p.103) 은 아프고 외로우며 힘겨운 각자에게 불편하지 않게 위로를 준다.
그냥 함께 조용히 울어주고, 같이 밥을 먹고, 잠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난 어땠는지도 되돌아 본다. 상대의 슬픔에 전이 되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위로를 가장한 충고로 상처주었던 내가 떠올려지며 후회된다. 난 상대가 아닌 위로하고 있는 나에게 충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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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돌돌 말린 뱀처럼 우리는 서로서로 사소하거나 중요한 부분이들이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관계 안에서 상처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처는 직접적이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말과 행동, 상황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관계에 대해 겁내하거나 그만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재인의 애인 P가 말한 서핑 용어 '딩' 처럼 서핑을 하면 딩이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pp.85-86) 상처가 난 것보다 내가 누군가와 그럼에도 관계하고 있으며 관계로 인해 치유되고 있음이 중요하다.
▶ 출판사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