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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정수윤/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112
1950년대 이전 일본 소설 <물망초>는 근대 자본주의에서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로맨틱한 관계를 통해 우정, 질투와 번민등을 그려내는 이름도 생소한 '소녀 소설' 이다. 요시야 노부코는 유럽의 작가 '프랑스와즈 사강'을 연상시킨다. 어린나이에 유명세를 얻고, 진취적이고, 자유 분방하며, 시대를 앞서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두 작가가 가지고 있다. 또한 두 작가 모두 작품을 통해 그 시대 여성을 대하는 억압적이고 비뚤어진 시선에 대해 비판함으로 인해 여성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을 일깨워준다.
'겨우 고등여학교'의 여학생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아름다운 외형을 추구하고, 학과 공부보다는 예술문화를 즐기고, 낙관적이고 자유로운 온건파. 완고하고 고집스러우며, 성실하게 한눈도 안 팔고 학과 공부에 열성인 강경파. 중립적 자유주의파. 또한 독특하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고독한 세계를 즐기는 개인주의자들도 있다. 개인주의자 마키코는 물망초 향기를 품은 온건파 요코를 알게 되면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접하며 그녀의 향에 취하기도 하지만 강경파 가즈에와의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부장적이고 자신의 성취가 가정보다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반항심이 생겨가는 마키코는 요코의 생일 초대로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이날을 계기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풍요로운 요코의 생활방식에서 어색함과 함께 동경하는 마음이 마키코을 흔든다. 모든 이들의 추앙을 받는 여왕 요코가 자신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임으로 인해 마키코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녀의 매력에 빠져 버린다. 표면적으로는 마키코가 요코와 가즈에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요코의 물망초 향기를 순간순간 떠올리는 묘사나 책의 제목이 <물망초>인걸로 보아 마키코는 자신과는 너무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요코에게 빠져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정의내릴 만큼 과감하거나, 경험이 풍부하지 못해 혼란스러울 뿐이다. 또한 누군가로 부터 인정 받거나 특별한 애정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를 뿐이다.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아빠와 병약한 엄마로 인해 집안은 언제나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하고 축 가라앉아 있다. 또한 아빠는 언제나 남동생에게만 애정을 보인다. 이런 집안 분위기가 어디 마키코 뿐일까? 근대자본주의와 군국주의로 접어드는 시대에 생산력과 힘이 필요한 때인 만큼 여성보다는 남성의 존재가 더 대우 받았을 것이다. 사회 속에서나 가정에서나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다가 이유없이 나에게 애정을 보이고, 인정해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녀에게 달콤했으리라 생각한다.
고전은 오랜 시간 읽히는 작품이 대부분 이여서 댜앙한 해석이 풍부하여, 읽기 전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접하고 읽으려고 한다. 따라서 각 출판사별 역자의 말이나 해설은 의도적으로 읽지 않는다. 요시야 노부코의 <물망초>는 '해설'을 읽고나서야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겐 생소한 분야였고, 처음 접하는 분야여서 읽는 내내 어색함은 물론 이해도 어려웠다. '소녀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소녀들의 감정 줄다리기로만 읽어냈던 나에게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일깨워준 '해설'이었다. 억압받고 차별받았던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요시야 노부코의 <물망초>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간질간질할 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작가의 또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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